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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환기 보편화…제균·제습·냉방 R&D 시장규모 3,000~4,000억원대 성장 추산

최장은 2021-02-10 07:00:27 조회수 411

스페셜리포트

복합환기’ 트렌드, HVAC 최대시장 견인하나

미세먼지·코로나 등 주요 이슈마다 ‘주목’
청정환기 보편화…제균·제습·냉방 R&D
시장규모 3,000~4,000억원대 성장 추산




미세먼지, 실내공기질, 코로나19 이슈를 거치며 환기장치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쾌적·건강한 실내환경 조성과 건축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출발한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하자, 소음, 효율, 효과성 등에 따라 부침을 겪었지만 높아지는 관심과 강화되는 제도·정책에 따라 기술발전을 이루고 있다.

최근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기존 환기·에너지성능 이슈에 더해 건강·안전·질병예방 등 기능에 대한 요구를 받으며 복합환기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기청정, 제습, 제균, 냉방, 환기 등 기능 중 2개 이상을 결합한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관련시장을 통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환기시장이 조만간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2019년 기준으로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향후 조단위 시장으로 몸집을 불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기존 HVAC 중 최대시장 자리를 차지하던 공조기시장 역시 3,000~4,000억원대임을 감안하면 최근 환기산업 트렌드나 집중되는 관심을 고려할 때 HVAC시장에서 단일품목으로는 최대시장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기획에서는 환기시장에 영향을 미친 이슈흐름을 짚어보고 촉발된 ‘복합환기’ 기술트렌드를 조망하는 한편 업계를 중심으로 환기장치시장 규모를 평가, 전망한다.

환기장치, ‘국민적 관심사’
2006년 새집증후군이 사회적문제로 대두되자 당시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환기설비설치가 의무화됐다. 또한 건축물에너지절약 설계기준에서 요구하는 에너지절약계획서 상 폐열회수 환기장치(열회수형 환기장치)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으며 필터장착, 높은 에너지효율, 일정한 풍량확보 등 장점에 따라 기계환기장치가 자연환기장치에 비해 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이어 2000년대부터 이어지던 미세먼지 논란이 2015년경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공기청정기시장이 급격히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외부 미세먼지로 창문을 열 수 없는 상황에서 공기청정기 가동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더라도 실내에 적체되는 이산화탄소(CO₂),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라돈, 폼알데하이드(HCHO) 등 유해가스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이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에 따라 필터를 장착해 외부 먼지를 걸러줄 수 있고 실내 오염공기를 외부로 배출시킬 수 있는 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솔루션으로 인지하면서 환기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촉발된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감염예방이 최대 국정이슈로 떠올라 환기산업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비대면산업이 각광받는 가운데서도 대면상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환기시스템은 중요도의 차원을 넘어 반드시 해법을 제시해야만 하는 책임을 강요받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에 따라 빈번한 감염병 유행이 발생한다는 우려를 감안하면 역할과 책임은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환기산업이 제역할을 수행할 경우 위상을 한층 강화할 수 있어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실내공기질 관리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중요성을 알려가던 환기산업은 이번 사태로 중요성을 빠르게 각인시키게 됐다.

최근 10여년간 우리나라를 뒤흔든 서너차례의 국가적 이슈에서 환기산업이 주인공의 자리를 꿰차면서 기술·시스템·서비스의 고도화·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청정환기, 이제는 ‘기본’
실내 오염공기를 외부 신선한 공기로 교체하는 것을 주기능으로 하는 환기는 에너지절감 이슈에 따라 폐열회수기능을 탑재한 열회수형 환기장치로 진화했다. 이어 미세먼지 이슈에 따라 공기청정 성능 겸용기기로 인식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환기는 열회수형 환기장치로 하고 실내 미세먼지 제거는 공기청정기로 수행해야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환기장치는 공기청정기에 비해 풍량이 약하며 특수필터를 장착한 경우가 많지 않아 실제로 두 기기를 겸용해야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에게는 부담이다. 단일기기로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편의성이나 실내공간 활용성, 비용측면에서 소비자에게는 이익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능개선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대부분의 환기기업이 헤파필터, 전기식 집진필터 등 미세먼지 제거성능을 강화한 제품을 출시했다.

다만 고성능필터를 장착해 차압이 커짐에 따라 팬용량이 부족하게 돼 풍량이 모자라거나 소음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기업이 필터를 제거하고 소음 및 풍량을 측정한 뒤 필터를 장착한 상태로 납품해 현장에서 하자사례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KS B 6879(열회수형 환기장치) 개정을 통해 필터를 장착한 채로 풍량·소음 등 성능시험을 하도록 규정했으며 가혹조건을 산정해 오염필터 또는 필터오염 시와 같이 높아진 차압조건에서 시험토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높아지는 차압조건에서도 실내기준 40dB 이하의 소음기준과 시간당 0.5회 공기교환율 풍량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다만 필터종류는 기업자율에 맡기고 있다.

UV LED 광촉매기술을 적용한 힘펠 환기장치.
▲ UV LED 광촉매기술을 적용한 힘펠 환기장치.


제균환기제품 속속 출시
최근 업계는 공기청정기능에서 나아가 제균, 제습, 냉방 등 기능을 추가해 명실상부한 복합환기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화택 국민대 교수는 “환기산업은 열교환성능과 결로방지 등 기존 기술개발에 더해 고급화, 복합화, 스마트화, 지속가능화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균기능의 경우 환기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전부터 미생물·바이러스 제거를 포함한 실내공기질 향상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1차 대유행시점인 3~4월부터 UV LED, TiO₂ 광촉매, 광플라즈마 등 신기술을 탑재한 장비를 출시하며 시장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기업별로 △에이올코리아 △힘펠 등이 UV LED를 이용한 TiO₂ 광촉매 기술을, △그렉스 △에이피 등이 광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한 제균환기제품을 출시했으며 △센도리 역시 UV LED를 적용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해당기업들은 공인시험검사기관을 활용해 부유바이러스·세균 저감률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와 같이 취급이 위험한 바이러스를 이용한 시험은 제한적이어서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 저감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검증이 필요할 전망이다.

또한 기존 연구결과 실내 코로나19 감염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 실내공기교환율 3~6회를 확보하면서 소음기준, 집진성능, 장비크기·설비공간 확보 등을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솔루션 개발도 난제다.

이와 함께 제균환기장비가 바이러스 오염공기를 외부로 어떻게 안전하게 버릴 것이며 장비를 거쳐 외부로 버려지는 공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몇 개체가 남게 되는지, 실내공간이 특정 방식·풍량의 환기로 몇 %나 안전해지는지 등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할 수 있는 연구로 성능을 검증해야 하는 것 역시 과제다.

제습·냉방 기술개발 ‘활발’
앞으로는 환기장치에 제습·냉방기술을 탑재해 말 그대로 올인원(All-in-One) 공조설비로 진화하려는 트렌드가 감지된다.

녹색건축·제로에너지건축물(ZEB) 활성화정책에 따라 건축물의 기밀성·단열성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냉방부하는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며 기밀성 향상에 따라 습기유동이 어려워지는 상황과 맞물려 현열부하는 감소하고 잠열부하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환기부하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ZEB인증 4등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경우 △냉방에너지요구량 33.29W/㎡ △냉방부하 20W/㎡ 등으로 나타났다.

즉 냉방부하가 통상적인 주택의 120W/㎡에서 ZEB의 경우 20W/㎡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냉방부하는 △외부열취득 20% △내부발열 30% △인체부하 20% △환기부하 30%로 구성될 전망이다. 현열비도 기존 0.8~0.9에서 0.6~0.7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향후 실내 공조환경은 제습부하 처리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아직 환기장치에 장착될 수 있는 압축기 용량이 제한적이어서 보조냉방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약 ZEB 수준의 냉방부하에서 제습을 통해 잠열부하를 크게 낮출 경우 작은 압축기 용량으로도 주된 냉방기기로의 활용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AERMEC △Munters 등 글로벌 선두공조기업의 경우 냉방환기시스템을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AERMEC(좌)과 Munters의 냉방환기시스템.
▲ AERMEC(좌)과 Munters의 냉방환기시스템.


국내에서 제습·냉방 등을 환기와 융·복합한 기술을 보유하고 제품을 출시했거나 개발 중인 대표적인 기업은 △휴마스터 △에이올 △힘펠 △경동나비엔 등이다.

휴마스터는 데시컨트 제습기술을 이용해 환기와 함께 이용하는 휴미컨(HumiCon)을 출시했다. 휴마스터가 개발한 데시컨트 로터는 환기운전 시 전열회수를, 제습운전시 데시컨트 제습을 수행한다. 히트펌프를 장착해 냉각제습하는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실내 냉방이 가능하다.

또한 데시컨트 로터는 △탈취 △항균 △항곰팡이 △바이러스 저감 △오존흡착 등 성능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았다. 휴마스터의 데시컨트 제습냉방은 2018년 올해의 10대 기계기술에 선정되는 등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이올은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제습신소재 MOF를 활용한 제습로터를 미국 에어익스체인지와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내년 상반기에 양산할 예정이다. 기존 실리카겔 등 제습제에 비해 제습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바이러스·세균저감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았다. MOF는 화학연구원에서 2019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중 최우수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에이올은 제습환기장치에 압축기를 적용해 냉방기능을 확보를 추진한다. 압축기를 자체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기존 환기장치에 지열냉각수 활용 냉각코일을 적용한 냉방환기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복합환기, 시장규모 확장
단일기기로 환기·공기청정·제습·냉방·제균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장비로 환기장치가 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규모 확대가 기대된다. 이와 같은 국내 환기업계의 기술적 진보는 세계적으로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는 만큼 수출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화택 교수는 “복합환기 제품에 관한 기술수준은 해외 선진국과 격차가 크지 않다”라며 “신제품 개발 등 시장변화 대응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다습화, 제로에너지빌딩 확산, 코로나19 감염예방, 미세먼지 저감 등 대외적 환경·정책기조와 맞물려 복합환기장치가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면 폭발적인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최근까지 3,000~4,000억원대 시장으로 분석됐던 환기시장은 크게 민간주택시장과 학교 등 공공조달시장으로 구분된다.

주택시장의 경우 민간건설사 신규물량이 2020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하락추세가 예상되지만 그린뉴딜, 그린리모델링 등 이슈에 따라 기존건축물 효율성 제고, 노후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 등이 촉발돼 리모델링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민간아파트 분양실적을 살펴보면 △2017년 26만여호 △2018년 23만여호 △2019년 26만여호 등이며 업계는 올해 민간아파트 계획물량이 예년보다 적어 약 22만호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국토교통부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9월까지 공공분양을 포함한 전국 아파트 분양건수는 23만여호로 전년동기 21만여호보다 많았다.

조달시장의 경우에는 최근 규모가 축소됐다. 업계분석에 따르면 올해 조달시장은 약 500억원대로 △은성화학 △센도리 △이피아 △하나에너텍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의 학교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수천억원대 공기정화장치사업이 환기장치 성능미달 논란에 따라 KS 개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KS B 6141(환기용 필터유닛), KS B 6879(열회수형 환기장치)가 잇따라 개정돼 고시·행정예고됨에 따라 내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큰 폭의 조달시장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향후 B2B에서 B2C사업으로의 진화가능성도 엿보인다. 환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성능 복합환기장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B2B, B2G시장의 경우 기준치를 만족하는 최소성능 제품이면 최대한 저렴한 제품으로 납품되는 특징이 있지만 복합환기 등 높은 수준의 제품이 개발됨에 따라 이와 같은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경우 수조원대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업계는 B2C시장을 열기 위한 기술·디자인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B2C시장을 노린 환기기업들은 디자인성을 강화하고 있다. 에어패스의 STC(좌)와 에이올코리아의 스칼렛.
▲ B2C시장을 노린 환기기업들은 디자인성을 강화하고 있다. 에어패스의 STC(좌)와 에이올코리아의 스칼렛.


한화택 국민대 교수는 “환기장치에 대한 실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건설사의 선택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신축 시 마이너스 옵션 등 부분적으로나마 소비자의 선택권이 주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앞으로 환기시장이 B2B사업에서 B2C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점차 작동의 편리성이나 제품의 미려함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반 수요자들에게 하나의 가전제품으로서 자리매김하면서 소비자들의 직접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고급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