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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건물 부문 에너지 수요

최장은 2020-12-04 23:15:02 조회수 446

코로나19와 건물 부문 에너지 수요

  • 2020-12-04 작성자 : 이성재 부연구위원
  • 코로나19와 건물 부문 에너지 수요



    2020년 2월 말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의 확산은 사람들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행태 변화는 에너지 소비 패턴의 변화로까지 이어졌다. 가정 부문에서는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등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였고 상업·공공 부문에서는 대면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운영시간 단축, 휴·폐업 등이 늘면서 서비스생산이 감소하여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 유행한 3~8월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하였는데, 이중 가정 부문에서 5.7% 증가한 반면, 상업·공공 부문에서는 1.6% 감소하였다. 그 외에도 국내 석유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석유 소비 증가와 최장기간 장마 및 태풍의 영향이 에너지 소비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확진 급증세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현상 등을 볼 때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서론

    지난 에너지수급브리프 7월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수송 부문 에너지 수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송 부문에서는 항공편 급감과 대중교통 이용 기피 및 자가용 이용 등으로 인해 에너지 소비에 많은 변화가 발생했는데, 수송 부문 못지 않게 건물 부문에서도 코로나19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에너지 소비에 많은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건물 부문에서는 가정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상업·공공 부문의 소비가 감소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국내 석유제품 가격 하락과 사상 최장 장마 등의 기후 여건 변화도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주었다. 본고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었던 3월부터 8월까지의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를 살펴봄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한 사람들의 에너지 소비 패턴의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건물 부문 에너지 수요 전망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가정 부문 소비 증가 상업·공공 부문은 감소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는 3월부터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가정 부문의 소비는 증가한 반면, 상업·공공 부문 소비는 감소하였다. 3~8월에 가정 부문 에너지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반면, 상업·공공 부문에서는 1.6% 감소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 것이 자연스럽게 주택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켰다. 반면에 상업·공공 부문에서는 대면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운영 시간 단축 혹은 휴·폐업 등이 늘어나고, 대학교와 초·중·고등학교 수업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으며, 지자체의 체육시설이나 도서관 등이 일정 기간 휴관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상업·공공 부문에서 대면을 필요로 하는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 음식·숙박업, 교육서비스업의 3~8월 평균 생산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7.6% 16.7%, 5.2% 하락한 것을 볼 때 해당 업종에서의 에너지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 부문 소비 증가와 상업·공공 부문 소비 감소 패턴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 조정될 때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와 관련한 예로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한 4월을 들 수 있다. 대구 신천지교회 발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자 정부는 3월 2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격상하고 이를 4월 19일까지 연장했으며, 이후 다소 완화된 형태로 5월 5일까지 한차례 더 연장하였다. 장기간 지속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4월 가정 부문 에너지 소비는 4.4% 증가한 반면, 상업·공공 부문 에너지 소비는 6.6% 감소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람들의 행태 변화가 에너지 소비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2020년 3~8월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

    석유 제품 가격 하락으로 석유 소비 급증

    5월에는 가정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상업·공공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됨과 더불어 코로나19 등의 요인에 따른 국제 유가 급락으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여 석유 소비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5월 등유와 LPG(프로판)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8.1%, 8.9% 하락(그림 1 참고)하였고, 이로 인해 건물 부문의 등유, 경유, LPG 소비가 각각 211.2%, 31.5%, 21.1% 증가하였다. 전기와 도시가스 같은 네트워크 에너지와는 다르게 석유는 구매 후 재고로 쌓아둘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시기에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고, 에너지 소비가 실제로는 에너지 제품 판매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량과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제품 가격 하락이 제품 구매 증가로까지 이어진 것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에너지 소비 행태 변화로 볼 수 있다.

     2020년 3~8월 등유, 프로판 가격 변화

     2020년 3~8월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석유 제외)

    석유를 제외한 5월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표 2 참고)는 4월과 마찬가지로 가정 부문에서 증가하고 상업·공공 부문에서 감소하는 패턴이 지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 둔화로 상업·공공 부문의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마·태풍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업·공공 소비 감소

    5월 이후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로 줄어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6월에는 서비스업 경기가 회복되어 상업·공공 부문 에너지 소비도 증가 추세로 전환되었다. 3~5월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 내외로 하락하였지만, 6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수준까지 회복하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에너지 소비도 모든 부문에서 증가하였다. 그러나 7~8월은 6월 말부터 시작된 최장기간의 장마와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급증한 것과 8월 중순 이후 광화문집회 발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상업·공공 부문 에너지 소비가 다시금 감소로 전환되었다. 장마는 제주의 경우 6.10~7.28로 49일 지속되고 중부 지방의 경우 6.24~8.16로 총 54일간 지속되며 최장기간 장마로 기록되었다(환경부, 2020.9.8). 또한, 장마기간 전국 면적 강수량은 840mm로 예년(492mm)에 비해 약 1.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환경부, 2020.9.21). 여기에 제5호 태풍 장미와 제8호 태풍 바비까지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야외 활동에 제약이 발생하였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는 8월 14일 103명으로 세 자릿수를 넘긴 이후로 빠르게 증가하여 8월 27일에 441명까지 증가하였다. 이에 정부는 8월 16일부터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 조정하였고, 23일부터는 전국에 2단계로 격상하였다.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상업·공공 부문 에너지 소비는 7월에 1.0%, 8월에 4.9% 감소하였다. 가정 부문은 7월에 5.0% 증가, 8월에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8월의 감소는 석유 소비의 급감(-23.3%)과 전기 소비 감소(-5.5%)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가정 부문의 전기 소비 감소는 태풍으로 인한 정전 등의 공급 차질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석유·열 소비는 증가, 전기·도시가스 소비는 감소

    코로나19에 따른 에너지 소비 행태 변화는 에너지원별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영향은 앞서 언급한 대로 가격 하락에 따른 석유 소비 증가였다. 5월 급증을 비롯해 유가가 낮았던 4, 6월 소비 증가가 3~8월까지의 에너지 소비 증가를 견인하였다. 다음 특징으로는 열에너지 소비 증가와, 전기 및 도시가스 소비 감소가 있다. 이러한 에너지원별 증감은 에너지원별 가정 부문과 상업·공공 부문에서의 소비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 중 가정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열에너지가 86%, 도시가스는 73.9%로 높은 반면, 전기는 29.6%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도시가스는 가정 부문의 비중이 높은 편이나 상업·공공 부문에서의 3~8월 도시가스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13.6%나 감소하였기 때문에 건물 부문 소비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스 소비의 급감은 취사 및 난방용 등으로 도시가스 소비가 많은 음식·숙박 업종에서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0년 3~8월 에너지원별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

    2020년 3~8월 건물 부문 소비 에너지원별 기여도


    결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매일 아침 마스크를 챙기고 뉴스를 통해 확진자 수를 파악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해외 여행은 꿈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국내에 가까운 곳을 여행하거나 캠핑, 차박(차 안에서 캠핑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많은 경제활동과 여가생활이 집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변화는 에너지 소비 변화도 야기하였다. 건물 부문에서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가정 부문의 소비가 증가한 반면, 상업·공공 부문의 소비는 감소하였다. 최근 11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0명을 넘는 등 3차 재유행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 행태 변화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에너지 소비 행태의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장기적인 추세가 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에너지 소비 동향을 파악하고 좀더 정확하게 전망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확산세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등이 추가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