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높은 화석연료 비중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도 최근 30년 사이 평균온도가 1.4℃ 상승하며 온난화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올해 8월 서울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는 순식간에 강남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었고 최근 강력한 태풍으로 남부지방은 엄청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러한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가속화하고 있고 건축설비분야에서도 탄소중립 실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욕시는 2,322.5m²(2만5,000ft²) 이상 건축물(약 5만개)은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80% 감축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각 건물의 에너지효율등급을 제출하게 해 에너지절감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Local Law 33 of 2018)
국내의 경우 앞으로 현실적인 많은 부분이 개선·보완돼야 하지만 2020년 6월 제정된 기계설비법은 기계설비분야의 기술발전과 더불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2022년 5월 국토교통부에서 배포한 ‘기계설비 기술기준 매뉴얼’은 열원 및 냉난방설비, 공기조화설비, 환기설비, 급수·급탕설비 등의 설계 및 시공기준에 대한 해설과 관련규정들을 제공함으로써 기계설비의 성능을 확보해 에너지절감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 최적화 운전제어 필수
기계설비 기술기준 매뉴얼 내용 중 열원 및 냉난방설비 설계의 일반사항 3항 ‘냉난방기기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정한다’의 해설은 ‘냉난방기기는 한국에너지공단의 효율관리제도에 따른 등급 및 인증제도를 확인하고 효율이 높은 제품사용을 권장해야 하며 설계 온도차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함’이라고 명기돼있다.
건축물 냉난방 수배관시스템 운영 시 냉온수 공급환수 차(이하 ∆T)가 낮으면 냉난방 시 펌프 및 냉동기 등 장비가동률이 증가하고 효율은 떨어진다. 설계 ∆T를 유지 또는 상회하는 값으로 제어하면 에너지낭비를 줄일 수 있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많은 건축물은 그러지 못한 상황이다.
최소설계 ∆T를 유지 또는 상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최적화된 운전컨트롤이 필수적이다.
현장에서 운전되는 장비들은 고효율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제 성능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의 공인연비가 도로상황과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달라지듯 제품의 시험운전과 테스트는 실험실과 같이 최적화된 상황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현장설치 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축설비의 계측을 위해 사용하는 장치는 각종 센서류(냉온수, 급·환기 등)와 유량계, 열량계 등 계측장비로 구성된다. 이러한 계측장치의 정밀도, 정확도가 부정확할 경우 실제 운전데이터와 모니터링되는 데이터 사이에 큰 오차가 발생하며 최적운전이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냉·온수 공급·환수 온도센서의 경우 온도증감에 따라 저항이 증가하는 PT1000센서를 많이 사용하는데 경제적이고 저항오차에 대한 이점이 있다. 하지만 PT100 센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떨어진다. PT1000 열 저항의 온도가 1℃씩 변화할 때 저항값이 약 3.8ohms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반면 PT100 열저항의 온도는 1℃씩 변할 때 저항값이 약 0.38ohms로 증가하거나 감소하기 때문에 모니터링되는 운전화면에서는 설정 온도값과 계측온도사이의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정밀도와 정확도가 높은 센서를 적용할 경우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유량계와 같은 계측장비의 주기적인 교정·점검이 필요하다. 상수도의 경우 수도법에 따라 연1회 유량계의 교정을 받거나 오차시험을 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설비에 사용되는 유량계는 관리규정이 없어 배관 내 쌓여 있는 이물질 등이 계측장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관리미흡으로 시간이 경과할수록 계측오차는 점점 크게 발생한다.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는 정밀도·정확도가 우수한 장치를 설치하고 지속적인 점검·관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밀제어·계측, 에너지절감 전제조건
부하 및 유량공식(Q=열량(Kcal/s), G=유량(kg/s), C=비열(Kcal/kg․℃), ΔT=공급/환수 온도차(℃))에 의해 ∆T가 설계온도차보다 낮아지게 되면 필요유량보다 많은 유량을 공급하게 된다.
특히 간헐·부분부하 시에는 소유량제어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제어가 어려워 냉난방의 불균형이 발생해 저 ∆T가 발생하게 되는데 실제 시스템에서 설계온도차보다 낮아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저 온도차증후군(Low ∆T Syndrome)’이라고 한다.
저 온도차증후군은 냉난방시스템의 효율을 감소시킨다. 일반 건축물의 경우 거의 60~70% 이상은 부분·간헐부하로 운영하는데 이러한 운영 시 필요부하에 따른 정확한 유량제어를 할 수 있어야 설계 ∆T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펌프 상사법칙에 의해 냉·온수 및 냉각수의 순환펌프 동력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냉수 및 냉각수의 부정확한 제어는 증발기와 응축기 효율을 떨어뜨려 냉동기의 COP(냉동기 성적계수)도 저하시키고 공조기의 급기온도의 불안정으로 소비동력 또한 증가한다.
저 온도차증후군으로 인해 전체적인 시스템효율 저하가 발생해 결국 에너지사용 증가로 이어진다. 설계온도차(∆T)를 유지하거나 더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흐르는 유량을 감소시켜야 한다.
필요유량만큼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부하에 대한 유량의 정확한 제어가 필요하다. 특히 일반 건축물에서 냉난방부하는 설계유량의 20% 미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분 및 간헐 부하(10% 이하)에서도 정확한 유량제어(오차범위 ±2~3%)가 가능해야 한다.
건축물 수배관시스템의 냉난방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최적화된 운영은 정확한 계측과 제어가 필수다. 건축물 에너지관리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의 경우에는 더욱 절대적이다. 실제 계측오차로 인해 BEMS를 적용했음에도 큰 효과를 못 보는 경우가 많다. BEMS 적용이 확대되면서 계측장치와 제어기기가 통합설치되는 경우가 증가하는데 비용절감과 사용자 편의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대부분 계측정밀도와 제어성능이 에너지절감 목적달성에는 다소 부족하다.
이러한 통합장치는 계측된 값을 기준으로 제어되므로 계측 정밀도가 떨어지면 제어성능도 떨어진다. 운영자 화면의 데이터는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제어되는 것으로 보이지 실제 사용되는 에너지와 오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컨트롤과 계측을 동시에 하는 것은 자문자답일 수 있지만 정확도와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은 결국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정확한 제어를 한 결과는 정밀계측을 통해 신뢰할 수 있으며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과 에너지절감을 이룰 수 있다.
F.C.I, 설계∆T 보증
정확한 유량제어를 위해 컨트롤밸브의 안정적인 차압제어와 20% 이하 구간에서 캐비테이션(Cavitation)없는 안정적인 제어가 필요하다. F.C.I(Flow Control Industries)의 DeltaPValve®는 차압제어부와 유량제어부로 구성됐고 압력변동에 상관없이 정확한 유량제어가 가능하며 업계 유일 설계온도차(∆T)를 보증(Guarantee)한다.
차압제어부는 고무재질이 아닌 금속(Metal to Metal)재질로 구성, 펌프양정 100m에 해당하는 최대 차압 10bar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피스톤 구동방식으로 수배관 계통 내 부하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차압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하게 차압을 제어한다.
유량 제어부는 90°회전 방식의 디스크로 구성되며 구동기의 입력신호에 따라 밸브디스크를 회전시켜 밸브개도를 조절해 유량을 제어한다.
디스크 상하 구동방식은 저 개도에서 소음과 진동을 수반한 캐비테이션이 발생하는데 DeltaPValve®는 이러한 문제를 새로운 제어방식으로 해결했다.
출고되는 각각의 모든 밸브는 유량태그가 부착돼 이력관리를 할 수 있다. 일종의 밸브 신분증으로 유량태그에 표시되는 밸브의 개도, 입력신호, 유량값은 공장에서 실측된 값으로 제공된다. 밸브개도에 따른 유량값은 선형특성(Linear)을 가지고 0~100% 전 구간 제어가 가능하므로 부하변동 시 소 유량 구간에서도 정확한 유량을 제어한다.
유량제어 오차 ±2%(최대 5%)의 DeltaPValve®는 설계∆T(℃)를 보증함으로써 냉난방에너지를 15~35% 이상 절감할 수 있다.
미국의 덴버 국제공항의 경우 DeltaPValve®를 설치해 연간 에너지소비량이 680만kW 감소했고 이는 한화 약 5억5,600만원을 절약한 결과다. 또한 냉온수 ∆T(℃)는 각각 56%, 75% 향상됐고 연간 CO₂ 방출량을 6,800ton 감소시켰다.
John Hancock Center는 냉수 ∆T(℃)가 기존 사용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냉난방에너지 소비량을 25% 이상 감소시켰다. 또한 워싱턴 주립대는 ESCO사업을 진행해 ∆T(℃)를 25% 이상 개선해 기존 설비만으로 1,800ton의 여유 냉방용량을 확보했다. 이밖에도 NASA, Boeing 공장 등에 설치해 냉난방에너지를 절감한 사례를 가지고 있다.
· Denver Airport : 168개 순환펌프 제거(1,400kw 감소), 연간 에너지소비량 6.8Mkw 감소, 비용절감 5억5,686만원/년, 방출량 6,800tonCO₂/년 감소
· John Hancock Center : ∆T 3.3℃ → 6.7℃~10℃ 향상 , 냉난방에너지 소비량 25% 이상 감소
· Hospital Midwestern University : DeltaPValve® 설치 후 비용절감 약 8억원/년
· The British Library London : DeltaPValve® 2년 반 운영 후 4억2,000만원 운영비용 절감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탄소중립 실현은 더 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되는 우리의 과제다. 이러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건축설비에서 설계 ∆T 이상의 효율적인 에너지사용은 당연하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냉난방에너지를 사용하는 설비의 ∆T 이상의 효과는 기계설비법과 기계설비 기술기준 매뉴얼의 조건을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환경적,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