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건축물(ZEB)인증을 활성화하는 요인에 대해 설계자와 시공자가 대체로 유사하면서도 일부 요소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박정로 케이스종합건축사사무소 연구소장, 최재규 동서울대 교수 등이 최근 발표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설계자와 시공자의 중요도 비교분석’ 논문에 따르면 설계자는 근소한 차이로 정책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은 반면 시공자는 정책보다는 기술에 대한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건물분야의 에너지소비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7년 ZEB인증이 시작된 이후 2020년 공공건물의 ZEB인증 획득이 의무화되면서 인증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1년 인증기관을 기존 1곳에서 9곳으로 확대하는 등 늘고 있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ZEB를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재규 동서울대 교수는 “기존 연구들은 ZEB 제도적, 정책적 측면에 집중됐으며 ZEB인증 활성화 측면이나 인증 실무주체인 설계자, 시공자의 시각에서 활성화방안을 연구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설계자와 시공자를 대상으로 ZEB인증 활성화를 위해 어떤 요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중요도 비교분석을 통해 살펴봤다”고 밝혔다.
ZEB인증실적을 살펴보면 예비인증의 경우 △2017년 10건 △2018년 26건 △2019년 35건 △2020년 493건 △2021년(9월 기준) 750건 등으로 나타났지만 본인증의 경우 △2018년 4건 △2019년 6건 △2020년 14건 △2021년(9월 기준) 42건 등으로 예비인증에서 본인증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ZEB인증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마련이 필요하다.
연구는 설계자 52명, 시공자 58명 등을 표본으로 설문을 받은 뒤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항은 △정책 △기술 △교육 △인센티브 △홍보 등 5개를 상위문항으로 각 항목에 대해 세부문항이 구성됐다.
세부문항을 살펴보면 정책항목은 △에너지효율기준 강화 △세부추진 로드맵 마련 △ZEB 설계제도 정비 △운영기관의 인증기관 모니터링 △에너지전문가 양성 및 사무소등록제 시행 등으로 구성됐으며 기술항목은 △다양한 주거‧비주거 표준모델 개발 △ZEB설계 컨설팅 지원 △패시브‧액티브 요소기술 개발 △자재개발 △신재생에너지 활용 컨설팅 지원 △고효율 기계설비장치 개발 등이다.
교육항목은 △인증절차 및 평가기준 교육 △ZEB 개념교육 △단열 및 기밀관련 교육 △에너지 시뮬레이션 교육 △기계설비 장치 교육 △신재생에너지 설비시스템 교육 등으로, 인센티브항목은 △용적률‧높이기준 완화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우선지원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 확대 △소득세‧법인세 공제 △인증수수료 지원 △취득세‧등록세 완화 등으로, 홍보항목은 △건축주‧발주처 대상 홍보 △건축사 대상 홍보 △시공사 대상 홍보 △대중매체 홍보 △교육기관 홍보 등으로 구성했다.
상위항목에 대한 전체 응답자 의견분석 결과 중요도는 △정책(22.5%) △기술(22.1%) △교육(19.8%) △인센티브(19.1%) △홍보(16.5%) 순으로 나타났다. 설계자‧시공자를 비교한 결과 설계자는 △정책(22.6%) △기술(21.2%) △교육(18.3%) △홍보(17.2%) 등으로 전체집단과 동일한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시공자의 경우 △기술(22.8%) △정책(22.5%) △인센티브(19.8%) △교육(19.1%) △홍보(15.8%) 등으로 근소한 차이로 실무적 측면의 활성화 항목인 기술적 부분과 인센티브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항목에 대한 분석결과 정책항목의 경우 설계자는 에너지전문가 양성, 사무소 등록제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공자는 ZEB 설계제도 정비를 중시했으며 두 집단 모두 운영기관의 인증기관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중요도를 낮게 평가했다.
기술항목의 경우 두 집단 모두 다양한 주거‧비주거 표준모델 개발과 ZEB 설계컨설팅 지원을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육항목 역시 단열‧기밀관련 교육, ZEB개념교육, 인증절차‧평가기준 교육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데 같은 의견을 보였다. 인센티브항목에서는 두 집단 모두 용적률‧높이기준 완화가 중요하다고 꼽았으며 홍보에서는 건축주‧발주처 대상 홍보를 가장 중요한 활성화 요소로 선정했다.
최재규 교수는 “건물부문 에너지소비 절감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공공부문부터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ZEB인증 활성화 방안을 도출하려면 실질적인 참여주체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실무자 관점에서 어떤 기술개발과 교육이 필요한지를 파악해 정부의 교육커리큘럼을 업데이트할 수 있으며 인증활성화에 어떤 전문인력이 필요한지를 파악해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