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2020년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에 사용되는 최종에너지지 비율은 전력 19.4%(1차 에너지의 37.7%인 1억1,400만toe를 이용해 발전효율 39.2%로 생산), 산업원료 25.5%, 열에너지 55.1%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원료를 제외한 최종에너지 중 약 74%는 열에너지이며 나머지 26%의 전력 중 일부도 결국 열에너지로 변환해 이용되기 때문에 에너지관리에 있어 열에너지부문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또한 부문별 최종 에너지원 사용비율은 산업부문 62%(산업원료 23% 포함), 주거 및 상업부문인 건물에서는 약 17%, 수송 및 공공부문이 나머지를 이루고 있으며 전력사용으로만 제한해 보면 각각 54%와 40%가 산업과 건물부문에서 사용되고 있다.
건물(주거용, 비주거용)의 에너지사용량 중 최대 40%가 HVAC(특히 국내 업무용 건물의 경우 열에너지(냉난방·온수급탕) 51% 차지)에 사용되며 산업부문에서의 최종 에너지이용형태(전력 또는 열에너지) 역시 업종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우나 열에너지 형태의 소비가 압도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백종현 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전력의 상당 부분이 냉난방용 열에너지로 변환돼 사용되기 때문에 전력과 열에너지를 분리해 다루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라며 “최근 에너지부문에서의 주요 이슈인 에너지효율향상, 분산에너지시스템, 에너지그리드, 그리고 에너지수요관리 등에 대한 논의가 주로 전력부문에만 국한된 측면이 있어 전력뿐만 아니라 열에너지부문을 포함한 종합적인 에너지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기술성숙도에 따른 에너지저장기술(출처 IEA).
특히 최근 그린뉴딜, 탄소중립, RE100 등의 굵직한 이슈와 함께 국내 에너지정책 근간에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에너지 선진국가에서 수요관리정책에 이미 활용되고 있는 축열기술 또는 축열시스템 사례를 살펴보고 현재 국내에서의 신재생에너지 연계 전력 수요관리 방안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시장변화에 대비할 필요성 높아지고 있다.
임효묵 아이스솔루션 대표는 “기본적으로 열저장은 에너지저장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전력저장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전에는 주로 열저장이 에너지저장의 전체로 인식된 적도 있었다”라며 “신재생에너지발전 설비 증가와 전력저장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선진국에서는 열저장이 중요한 에너지저장방식 중의 하나로 재조명되면서 기존의 축열시스템을 열저장시스템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와 새로운 대규모의 에너지저장 형식으로 현열 저장, PCM(상변화) 저장에 추가해 TCM(반응열) 저장이 활발하게 연구되거나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불규칙적인 에너지생산 ‘안정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생산되는 에너지가 수요보다 많을 때 발생하는 잉여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양의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설비다. 에너지 공급과 수요사이에 시간적·양적·공간적 부하격차가 존재하는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나 불규칙적으로 생산되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필수 수단이다.
강한기 이젠엔지니어링 대표는 “TESS(Thermal Energy Storage System)는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시스템”이라며 “전력을 생산하는 수단의 발전으로 인해 생산시간을 고정하기 어렵고 이에 반해 소비패턴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중간 매개체는 TESS밖에 없다”고 밝혔다.
백종현 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에너지저장시스템은 에너지생산 및 공급과 수요 등 모든 부분에 활용되며 △에너지수요관리 △신재생 및 미활용에너지의 적극적 이용 △에너지설비 용량 축소 등 장점을 바탕으로 에너지의 유용성을 증가시키고 수요관리를 통한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력소비는 계절간은 물론 하루 중 시간대별 차이가 크지만 발전설비는 최대전력부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치돼야 한다. 발전설비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시스템 이용이 필요하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피크부하 증가에 맞춰 발전설비를 신규로 설치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발전설비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전력소비가 적은 시간대에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소비가 많은 시간대에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태양광 및 풍력발전이나 지열, 태양열시스템과 같은 재생에너지원은 에너지밀도가 낮고 기상상태에 따라 생산량이 변화하는 특성으로 인해 발생되는 에너지 취득시간 제약, 에너지 용량 불균형, 보조 에너지 설비 필요 등의 문제점에 대응해 에너지저장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재생에너지발전의 증가에 따라 유연하고 안정적인 계통운영을 위해 출력제한(curtailment)이 이뤄지고 있어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감시제어 및 예측기술 적용과 함께 에너지저장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2015년 총 3회로 시작됐던 제주도의 풍력발전 출력제한은 2020년 77회로 총 풍력발전량의 6%인 약 19.5GWh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증가했다. 오는 2030년에는 1,934회 약 878GWh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허재혁 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전력저장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제안되고 있는 전력-비전력 부문간 결합(sector coupling)은 전력을 다른 에너지형태 또는 연료로써 저장하는 방식”이라며 “P2H(Power to Heat)는 잉여전력을 열에너지형태로 변환시켜 축열시스템을 통해 저장하는 기술로 최종 에너지소비형태가 냉난방 등을 위한 열에너지인 경우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산업체 폐열이나 하천수열과 같은 미활용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분산에너지시스템에서도 회수되는 저밀도 저용량의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서 에너지저장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이용과 분산에너지시스템 확대, 효율적인 에너지수요관리를 위해 에너지저장시스템의 필요성과 역할이 증요시되고 있다.
▲ 다양한 에너지열원과 조합된 TESS 냉난방시스템.
류경호 장한기술 본부장은 “TESS는 전력산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기술”이라며 “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높아지게 되고 전력망의 안정성은 갈수록 취약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요대응(Demand Response) 등의 수요관리기술과 전력저장(ESS), 열저장(TESS) 등을 이용한 부하이전(Load Shifting)기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나마 있던 TESS사업이랄 수 있는 축열(냉)사업은 지원금 감소로 관련 산업이 존폐위기에 몰려 있다. 또한 최근 재생에너지와 결합한 ATES(Aquifer Thermal Energy Storage), BTES(Borehole Thermal Energy Storage) 등 신사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정책입안자들의 관심에는 벗어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성구 이맥스시스템 부사장은 “신재생열에너지의 보급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에너지원의 간헐성과 생산과 소비의 디커플링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은 두말할 것 없이 에너지저장장치”라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이어 “Hourly storage부터 Seasonal storage까지 신재생열시스템이 보완될 경우 시스템의 가동율 제고는 물론 경제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Best solution”이라며 “또한 제주의 신재생발전전력에 대한 출력제한 문제에서 볼 수 있듯 TESS는 잉여 신재생전력에 대한 열변환 저장(P2H)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제주도의 연도별 풍력발전 출력제한 현황(출처: 전력거래소).
신재생열에너지 의무화제도 시급
지금은 한정된 국가의 재원으로 재생에너지발전과 공공부문의 재생에너지 의무사용 비율을 높이는데 정책지원을 우선하고 있다. 재생열에너지의무화(RHO),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편입, 빙축열 지원금 확대, 제로에너지건물에서의 기계설비 역할 강화, 기계설비 관리법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한 기준강화와 TESS와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강한기 이젠엔지니어링 대표는 “TESS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신재생에너지를 전기와 열로 구분해 별도의 신재생열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가 필요하며 이의 활성화를 위한 공급 인센티브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라며 “지열, 수열 및 태양열 등의 신재생열에너지 공급의무화가 활성화되면 이를 열원으로 해 고효율 운전이 가능한 TESS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부나 민간의 탄소중립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하고 관련기술 수준과 경험이 낮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는 수많은 분쟁과 실패와 난관이 있을 수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략망의 안정성을 위해 TESS에 대한 지속적인 연계 방안에 투자해야 한다.
백종현 박사는 “향후 건물에너지의 전기화 추세를 고려할 때 전력에 의한 열에너지 생산용 고효율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기술과 아울러 피크 열부하 수요저감 및 합리적인 부하관리를 위한 열에너지저장 기술의 개발·적용 필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에너지공급 및 수요관리를 위한 열에너지 저장시스템, 즉 축열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 활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김민휘 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축냉설비의 산업용분야의 활성화 및 수용가의 편의성, 기술적인 수준의 반영 등을 고려해 부분축열방식 확대 등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재생에너지발전을 통한 잉여전력 발생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P2H가 적극적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수요반응제도 및 지원제도 등을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및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기본구상안 수립현황 및 향후 추진계획’등을 통해 분산에너지원, 에너지신산업, 수요관리 서비스산업 육성, 스마트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료전지, 지열, 수열 등 신재생열에너지 보급 확대가 필수적이며 생산된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저장 및 공급 시스템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오정석 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산업부문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미활용 열에너지 비율이 약 8%에 이르고 있으며 대부분 열에너지 형태로 배출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해 열회수 및 열저장기술이 중요하다”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상 온실가스 목표관리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절약 및 이용효율향상과 에너지자립, 신재생에너지보급 촉진을 위한 목표를 설정할 때 TESS기술 적용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재생 또는 미활용에너지는 그 특성상 중앙집중식보다는 분산형으로 에너지생산이 이뤄지며 열에너지의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인 프로슈머간 또는 집단에너지사업자와의 양방향 열거래를 중심으로 열에너지 생산 및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발적이며 시간격차를 두고 발생하는 열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TESS의 도시단위 적용이 필수적이다.
이재하 지엔원에너지 박사는 “TESS를 활용한 신재생 또는 미활용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열거래가 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이 포함돼야 한다”라며 “또한 열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의 시간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장기축열(계간축열)시스템이 필수적이며 장기축열시스템의 경우 가장 경제적인 방식으로 ATES와 BTES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