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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단열재 단열·난연 성능강화 ‘눈먼 질주’

최장은 2020-11-12 07:00:40 조회수 1,069

스페셜리포트

단열재 단열·난연 성능강화 ‘눈먼 질주’

단열재 물성고려 종합평가 필요
건축물 부위별 단열재 종류 달라야
실대형 화재시험 ‘대안’…부작용 우려
발포제·유해물 등 환경성 관리 필요




모든 물건이 각자의 쓰임새를 가지듯 비슷한 단열성능을 가졌다고 해도 각 단열재는 장단점이 있다. 당연히 모든 현장에 일률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단열재 선정은 해당 부위에 요구되는 단열과 안전성에 따라 특성에 맞는 최적의 자재를 선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례로 냉동·냉장창고 방열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냉기가 빠져나가 표면결빙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밀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스프레이폼 형태의 단열재를 사용해야 한다.

모든 장소가 그렇지만 특히 화재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이곳에는 난연성능이 보다 우수한 단열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간확보를 위해 단열재의 시공두께가 얇아야 할 장소가 있다면 가격은 다소 비싸도 탁월한 단열성능을 갖춘 고효율단열재를 적용해야 한다.

또한 지붕, 외벽 등 외부에 노출된 단열재는 흡수율이 낮아야 하며 건물바닥·지하층 등은 압축강도가 높아 파손이 잘 되지 않는 단열재가 적용돼야 한다.

물론 단열재의 단열·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후변화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어 건물분야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하며 최근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들 역시 최소한의 난연성능을 갖춘 단열재를 사용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현장에 화재로부터 안전한 무기단열재를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따라 유기단열재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건축물 부위에 따라 화재안전성, 물성을 고려해 보다 종합적인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준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각 단열재의 특성을 살펴보고 건물부위별 단열재 적용처 구분과 관련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한다.

단열·화재안전기준 ‘세계수준’
현재 단열재 관련제도는 단열성능과 난연성능만을 규제하고 있다.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은 지역에 따른 벽체 열관류율 또는 단열재등급별 두께를 규제한다.

열관류율은 공동주택·비공동주택의 외벽기준으로 각각 △0.15W/㎡K, 0.17W/㎡K(중부1) △0.17W/㎡K, 0.24W/㎡K(중부2) △0.22W/㎡K, 0.32W/㎡K(남부) 등이다.

두께는 열전도율 0.034W/mK 이하 단열재인 ‘가’등급의 중부1지역 기준으로 외벽은 공동주택 220mm, 비공동주택은 190mm를 적용해야 한다. 가등급 단열재는 △비드법 발포폴리스티렌(EPS) 2종 △압출법 발포폴리스티렌(XPS) △폴리우레탄(PU) △페놀폼(PF) △글라스울 등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단열재가 해당된다.

이는 건물에너지분야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독일에서도 민간차원의 권고기준인 패시브하우스의 열관류율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다.

화재관련 법규에 대해 내부단열재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없으나 외부단열재에 대해서는 ‘건축법’ 제52조 2항 및 ‘건축법시행령’ 제61조 2항에서 규제한다. 이에 따라 △상업지역 2,000㎡ 이상 건축물 △상업지역에서 공장과 6m 이내에 있는 건축물 △의료·교육연구·노유자·수련시설 △3층 이상 또는 9m 이상 건축물 △1층 필로티구조 건축물 등에는 방화조치를 해야한다.

방화조치에 대해서는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기준에 따라 건축법시행령에서 규정한 건축물에는 불연·준불연단열재를 써야 한다. 다만 화재확산 방지구조를 적용한 경우에는 난연등급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

화재확산 방지구조는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및 화재 확산 방지구조 기준’에서 각 층마다 불연재를 400mm 이상 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업지역, 3~5층, 22m 미만 건축물은 2개 층마다 화재확산 방지구조를 적용할 수 있다. 난연등급별 성능기준도 이 고시에서 규정한다.

단열재가 난연등급을 획득하려면 불연재는 ‘KS F ISO 1182(건축 재료의 불연성 시험방법)’을, 준불연·난연재는 ‘KS F ISO 5660-1(연소성능시험-콘칼로리미터법)’을 수행해야 하며 모든 등급에서 ‘KS F 2271(가스유해성시험)’을 수행해야 한다.

불연재는 20분간 가열해 최고온도가 최종평형온도를 20K 초과상승하지 않아야 하며 시험체 질량감소율이 30% 이내여야 한다. 가스유해성은 실험쥐 행동정지시간이 9분 이상이어야 한다.

준불연재는 10분간 총방출열량이 8MJ/㎡ 이하, 최대열방출률이 10초 이상 연속으로 200kW/㎡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육안검사 시 가열 후 균열, 구멍, 용융이 없어야 한다. 가스유해성기준은 불연재와 같다.

난연재는 5분간 총방출열량이 8MJ/㎡ 이하, 최대열방출율과 육안검사기준은 준불연재와 같다. 다만 불연재, 차염성능 자재로 마감한 복합자재는 시험이 면제된다.

이와 같은 난연성능 규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준이다. 유럽은 6층 이상은 불연재를 사용해야 하지만 그 이하는 화재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우리나라 EPS, XPS도 적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가스유해성은 우리나라와 일본만 평가하고 있으며 일본은 준불연재 기준이 6.8분으로 우리나라 9분보다 약하다.

이에 더해 정부는 국민정서를 반영해 추가적인 건축자재 화재안전기준 강화·고도화를 예고하고 있다. △공장·창고 내단열 시 준불연 이상 사용 또는 전담안전감리자 운용 △복합자재 심재도 난연등급 측정 △실대형 화재시험 △내단열 자기소화성 기준도입 △가스유해성 정성·정량시험법 마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여러 법령에 흩어진 건축물관련 화재안전기준을 하나로 묶는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어서 이와 같은 추가 강화조치 일정은 통합기준 적용시점과 조율할 방침이다.

단열·난연만 강조…리스크 상존
현행 단열재 관련제도가 단열성, 난연성 2가지로만 규제되다보니 해외에서는 낮은 점유율을 보이는 자재와 공학적으로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자재가 시장에 폭넓게 적용되거나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하는 실정이다.

유기단열재 중 가장 높은 열전도율(0.022~0.039W/mK)을 자랑하는 PF는 중부1지역 공동주택 외벽에 90mm만 시공해도 기준을 충족한다. 이에 따라 단위세대별 최대 1.04㎡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수천세대가 들어서는 대단지의 경우 1개층 이상 더 지을 수 있어 건설사는 수십억원의 이익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준불연기준도 만족하고 있으며 LG하우시스의 경우 환경성적표지 등 친환경인증까지 확보하고 있어 녹색건축물인증(G-SEED)에서 가점획득을 통한 용적률 등 건축기준 완화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건설사나 발주처 입장에서는 ㎡당 단가가 4~5만원대로 다른 단열재보다 50% 이상 비싸지만 모든 법적기준을 만족하는 데다 인센티브도 챙길 수 있어 PF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규제강화 시점과 맞물려 PF시장은 최근들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단열재업계 추정자료에 따르면 2014년 처음 도입돼 625톤(약 60억원)이었던 PF시장은 △2015년 1,880톤(약 140억원) △2016년 5,000톤(약 370억원) △2017년 9,000톤(약 600억원) △2018년 1만9,000톤(1,000억원) △2019년 3만1,500톤(1,650억원) 등으로 추산돼 큰 폭으로 성장했다. 전체 단열재시장에서 PF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5년 1%에서 2019년 7%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세경산업 △명일폼 △덕유패널 △디비하우징 △에스엘에너텍 △대영에너텍 등 국내기업들은 물론 중국기업 산동북리화해연합복합재료고분유한공사 등이 KS를 획득하며 과열양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PF는 단열성, 난연성은 우수하지만 흡수율, 산성화, 유해물질, 폐기물 등에 대한 논란이 있어 환경적으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경우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리스크”라며 “선진국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보다 몇 년 앞서 PF가 확산돼 공장이 수천개씩 생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아 줄줄이 도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국내 PF가 도입된 지 5년이 경과하면서 초기 PF를 적용했던 건축물에 콘크리트 부식, 침출수 발생, 단열재 탈락 등 하자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외 다양한 논문을 통해 PF의 위험성이 경고되고 있으며 국정감사·언론 등에서도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 방출에 대한 의혹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공동연구용역을 발주,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연말까지 PF의 오염물질 방출특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물성고려 적용처 선정해야
산·학·연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단열재의 물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축물에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물성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현행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열재의 물성에는 △열전도율 △난연성능 △밀도 △투습성 △흡수성 △열용량 △굴곡·파괴하중 △압축강도 등 다양하다. 각 단열재의 물성에 따라 건축물 부위별로 최적의 적용처에 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EPS는 대체로 균형적인 물성을 갖고 있어 거의 모든 부위에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열성능은 유기단열재 중 가장 낮다. 벽체 두께가 허용된다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높다.

XPS는 단열성능이 양호하고 흡수율이 가장 낮으며 강도가 가장 강하다. 이에 따라 바닥, 평지붕의 외단열 등 하중을 많이 받고 우천 시 등 외부수분에 노출되는 곳에 적합하다. 다만 PU나 PF에 비해 단열성능이 약하고 자기소화성은 있지만 가연성 자재여서 화재위험이 있는 곳에는 시공하지 않는 것이 좋다.

PU는 건축자재로 많이 사용하는 경질PU를 분자구조에 따라 PUR과 PIR로 나눈다. PUR은 단열판(보드), 스프레이폼 등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PIR은 PUR에 난연성을 강화한 제품이다. 가능하면 PIR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PIR은 단열성능이 우수해 벽체두께를 얇게 할 수 있으며 시공이 편리하고 다른 유기단열재에 비해 난연성능이 우수하다. 다만 화재 시 다른 단열재에서 나오지 않는 유해가스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PU의 내단열 활용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내단열적용 시 건축면적을 줄일 수 있으며 화재 시에도 실내에는 가구, 가전 등 이미 다른 유기물이 먼저 타 이미 치사량의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만큼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유해가스가 발생으로 더 많은 인명피해가 예상되므로 실내측에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PF는 유기단열재 중 단열성능과 난연성능이 가장 우수하다. 다만 흡수율이 높아 외부에 노출되면 단열성능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에 물에 직접 닿는 곳에 사용하면 안된다. 또한 물기를 머금으면 산성화돼 콘크리트·철물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외단열 미장마감 등 직접 접착되는 공법을 적용하면 안된다. 폼알데하이드 등 유해물질 논란이 있는 만큼 실내측에는 적용을 지양하거나 마감을 기밀하게 해 기체가 통하지 않게 해야 한다.

무기단열재는 준불연과는 차원이 다른 불연재라는 장점이 있고 콘크리트 초기수분을 빠르게 건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열성능은 EPS와 비슷하며 광물·유리가 소재이기 때문에 무거워 시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최정만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장은 “건축물의 성능이 폐기까지 유지되는 것이 정상적인데 기본조차 무시한 채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라며 “성능유지 측면에서 부위별, 강도별로 건축물 부위별 사용처가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단열재 종류별 주요 물성 및 시장현황.
▲ 단열재 종류별 주요 물성 및 시장현황.


단열재 난연, 시스템평가 필요
수년 전까지 단열성능이었던 단열재관련 정책적 화두는 최근 화재로 넘어왔다. 난연, 준불연재료 적용대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시험기준 등 강화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건축물의 화재안전성 확보는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기준강화는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 시점은 그린리모델링사업 등을 통해 국가가 기존건축물, 노후건축물을 포함해 건축물의 단열성을 대대적으로 강화해나가는 시작 단계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상당기간 현재 기준에 맞춰 지어진 건축물들에서 국민들이 살아가야 하기에 적절한 기준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정책기조와 같이 단열재 자체성능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건축물 종합적인 관점에서 시공에 제도적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피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건축물 화재로 인한 인명 및 재산피해는 매년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물 시공 시 비용절감을 위해 난연성능을 최소한의 기준에 맞추는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각 부위별로 다른 단열재가 적용되는 상황이라면 각 단열재의 차이를 고려해 건축물의 안전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제도에서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례로 최근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건물 화재는 법의 사각지대인 알루미늄 복합패널에서 내부 폴리에텔린심재와 글라스울 단열재를 패널과 접착해주는 접착제가 원인이 돼 화재가 확산됐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역시 난연성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실내에서 공사 중 실화가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건축물의 화재안전성 확보는 지엽적인 부분들의 총합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각 단열재의 안전기준 강화에 대한 검토와 함께 건축물 화재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준마련이 병행돼야 할 전망이다.

실대형 화재시험 시험체.
▲ 실대형 화재시험 시험체.
실대형 화재시험 도입 추진
이에 따라 국토부는 KICT를 통해 실대형 화재시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실대형시험은 영국 기준인 BS 8414를 토대로 KS F 8414(건축물 외부마감시스템의 화재안전 성능시험방법)를 지난해 마련했다.

각각 너비 2.6m, 1.5m, 높이 8m인 벽체를 ‘ㄱ’자로 세우고 하단에 나무더미를 쌓고 점화하는 시험이다. 온도센서를 장작더미 위 2.5m, 5m에 각각 7개씩 설치한 뒤 센서가 특정온도에 도달하는 시간으로 화재확산을 얼마나 지연했는지 평가한다.

성능기준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5m 위치에 있는 온도센서가 시작시간 후 15분 내에 30초간 표면 절대온도보다 600℃ 이상을 넘지 않으면 통과하는 기준이 검토된다.

향후 시험결과에 대한 성능기준을 고시에 반영함으로써 기존 시편시험 또는 실대형시험을 통과할 경우 적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건축물은 여러 자재가 모여 만들어지는 복합적 구조물이다. 이를 구성하는 단열재, 마감재 등 건축자재의 화재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당연히 진행돼야 하지만 이들 요소만으로는 종합적으로 건물의 화재안전성능을 평가할 수는 없다.

건축과정에서 사용된 부가적 요소가 원인이 돼 화재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추가적인 확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연성능을 갖춘 단열재를 사용한 울산 주상복합건물 역시 건물에서 굴뚝효과가 발생한 상태에서 가연성 접착제들이 원인이 돼 화재가 확산됐다.

단열재의 화재안전성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단열재가 최소한의 난연성 기준만 만족하더라도 시공방법과 구성에 따라 화재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안전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자재특성과 제품의 난연성능에만 주목하기 보다 실대형 화재시험을 통해 실제 적용됐을 경우에서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대형시험을 통해 벽체의 구조·시스템의 화재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난연성능은 부족하지만 물성 특성상 적합한 적용부위에 해당 단열재의 적용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성능·품질·안전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대형시험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한다. 실대형시험이 난연성능에 미달하는 단열재기업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반대로 기업들이 해마다 출시하는 새로운 모델에 대해 모두 인증을 받도록 하는 것은 수천만원이 소비되는 시험특성 상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시험편검사 개선 필요
단열재 자체에 대한 시험검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난연성시험은 직육면체의 시험체에 제조자가 제시한 한쪽 면을 복사열로 가열해 성능을 평가한다. 이에 따라 가열하는 한쪽 면의 면재를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 복사열 영향을 최소화하는 경우 단열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심재의 난연성능과는 무관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알루미늄 면재를 사용하는 것도 화재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 다만 심재 자체가 화재에 취약한 경우 실제 화재상황에서는 실험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심재로 불이 옮겨붙은 경우 면재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화재가 확산돼 안전에 심대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준불연등급을 획득한 EPS, PU, PF 등 단열재도 실제 화재시험에서는 전혀 화재확산을 지연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현행 시험방식은 바깥면에 은박지와 같은 것을 붙이고 750℃ 복사열을 쪼여 10분 이상 버티면 준불연재 제품이 된다”라며 “샌드위치 패널도 마찬가지로 심재 자체로는 불이 잘 붙는데 철판을 붙인 채 시험해서 준불연재로 둔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행 KS에 따른 콘칼로리미터 시험방법이 시험편에 복사열을 가한 뒤 방출열을 기준으로 단열재소재의 준불연성능을 판단하기 때문에 복사열을 반사할 수 있는 소재를 씌우면 실제로는 가연성이더라도 준불연 성능기준을 통과하게 되는 현재 제도를 지적한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한 면에 은박지를 붙여 시험해 준불연재로 둔갑한 단열재가 사용되고 있다”라며 “불이 잘 타는 방향을 피해서 나는 것도 아닌데 생산·판매하려는 사람이 시험하려는 물건을 잘라 특정면을 시험해달라하면 그쪽에만 복사열을 쪼여 준불연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결국 심재를 포함한 각 소재가 가진 난연성에 대한 검토도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건물의 구조와 적용상황을 상정해 실제적인 화재 안전성을 확인하는 실대형시험을 병행한다면 단열재의 안전성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환경성 규제 ‘사각지대’
수치 상향만으로 단열·난연성을 강화해오던 기조에서 나아가 종합적인 평가가 가능토록 관련분야 제도정비가 이뤄지고 나면 남은 것은 자연·인체·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환경성평가가 남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XPS발포제로 오존층파괴지수(ODP)가 있는 HCFC나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HCFC, HFC가 과도하게 사용됨으로써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에서 대체발포제로 여겨지는 HFC의 GWP는 1,700~2,400으로 CO₂의 수천배 더 온난화를 유발한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국정감사에서 “XPS기업이 글로벌 쿼터제에 돌입한 규제물질인 HCFC를 사용해 친환경인증을 획득한 의혹이 있다”라며 “기술원은 HCFC를 HFC로 교체하면 인증부여에 점수를 주고 있지만 HFC역시 GWP가 매우 높은 물질”이라고 밝혔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HCFC의 40% 이상이 단열재 발포제로 사용되고 있다”라며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HCFC가 배출한 CO₂는 3,333만톤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서는 XPS만 문제로 제기됐지만 PU, PF역시 발포제를 사용하고 있다. 대기업위주로 ODP는 0, GWP는 11 수준인 사이클로펜탄으로 발포제를 교체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HFC, HCFC를 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 일본 등은 이소부탄(Iso-butane, C₄H₁₀), CO₂ 등 GWP가 낮거나 1인 친환경발포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규격화를 통해 제품 보편화 및 보급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대체발포제를 활용할 경우 열전도율 기준을 완화하고 있으며 유럽은 친환경발포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수천만톤을 배출하고 있는 단열재 발포제시장에 대한 규제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단열재가 방출하는 유해성평가에 대한 R&D도 진행되고 있다. 배상환 KICT 연구책임은 “R&D는 올해 연말 종료될 계획”이라며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해 현재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은 유해성평가에 대한 기준마련 방안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 및 기준마련 경과에 따라 지난해 촉발됐던 PF의 폼알데하이드 방출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PF도 후처리, 숙성과정을 얼마나 신경쓰느냐에 따라 건물적용 후에도 유해물질이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관건은 같은 PF라도 품질에 미달하는 제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저품질 PF가 납품되지 못하도록 인증·평가체계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발암물질, 유해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폐기단열재에 대해서도 평가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폐기물관리 차원에서 대량의 폐기물이 건설산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건물의 수명을 저하시키는 건축자재에 대해서도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열재산업이 단열·난연성 강화 일로에서 벗어나 향후 종합적인 성능평가 가능해질지, 중·장기적으로 환경성에 대한 관리체계·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