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에너지 이슈와 2022년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 에너지 가격 변화에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는 비화석 에너지로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에너지 분야의 키워드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이었다. 세계 각국은 저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의 일환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목표와 계획을 공표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2020.12)"과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2021.12)"을 통해 탄소중립 선도국 도약을 위한 목표 및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 세계 유수의 언론[1]들은 올해 글로벌 10대 위험(risk) 중 하나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이 지연될 가능성을 들고 있다. 잦은 이상 기후로 에너지 수요는 폭증하는 가운데, 공급망 문제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및 인플레이션 때문에 각국의 정부들이 싸지만 탄소배출이 많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최근의 국내외 주요 에너지 이슈들을 살펴보고 올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추진에 유념해야 할 사항을 짚어 본다.
지난해 하반기 에너지 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었다. 코로나19로부터의 빠른 경기 회복과 이상기후 등으로 에너지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투자감소, 국가간 정치적 갈등 등으로 차질이 생기며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로 연결되어 글로벌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 가격이 모두 상승했지만, 특히 가스(LNG) 가격이 지난해 9월경부터 상대적으로 폭등했다. 이에 따라 가스 소비가 많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주: 원유 및 석탄대비 상대가는 각각 두바이유가, 호주산 석탄가 대비 JKM(일본·한국 가격지표)임
우리나라에서 천연가스는 2020년 기준 총에너지 소비의 18.9%를 차지하는데, 절반 가까이는 발전용으로 이용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도시가스용으로 이용된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직접적으로는 도시가스 요금을 통해, 간접적으로는 전기요금을 통해 국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정부는 올해 전기요금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인상[2]하기로 했으며, 도시가스 요금도 2020년 7월 이후 동결해왔던 민수용(주택용 및 일반용) 요금을 올해 5월부터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한전과 가스공사의 손실이 어느 정도 만회될 것으로 보이나, 향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하향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요금 인상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의 경우 이번 인상의 근거가 되는 기준연료비 조정이 전년 11월까지(2020.12~2021.11)의 연료비 변동만을 반영한 것임으로, 향후 국제 에너지가격의 하향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여전히 한전의 적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가스 요금도 천연가스 가격이 가장 상승한 시기가 연중 도시가스 소비가 집중된 겨울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스공사의 손실금(미수금) 회수가 올해로 완료될 가능성은 낮다.
국제 가스 가격이 타에너지보다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은 가스 소비를 줄이는 것이 국내 에너지 요금 인상 압력을 낮추는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미이다. 도시가스는 우리나라 취사 및 난방기기의 보급 구조 상 단기간에 타에너지로의 빠른 대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를 줄일 여지가 크지 않다. 반면 상대적으로 발전용 가스는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물론 발전용 가스의 대체는 탄소중립을 고려할 때 비화석연료로 대체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새해 들어 국내 에너지 관련 첫 이슈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1월 한 달간 석탄 수출 금지 조치(2021.12.31)였다. 석탄 수출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는 전체 발전의 60% 이상을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자국 석탄 생산량의 25%를 싼($70/톤) 가격에 자국 발전소에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내수용석탄공급의무화(DMO)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석탄 가격이 2022년 1월 현재 $150~170/톤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하면서 인도네시아 석탄 생산업자들이 DMO를 어기고 수출을 늘렸다. 이에 따라 DMO 정책 이행비율은 2020년 70%에서 2021년 10월에는 46%까지 급락했다. 코로나19로부터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며 전기 소비가 급등한 가운데 이러한 수출 비중 상승으로 결국 내수 발전용 석탄 재고가 비상수준까지 떨어졌고 이에 인니 정부는 한 달간 석탄 수출 금지라는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석탄의 약 20% 정도를 인도네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50% 가량을 차지하는 호주에 이어 두번째이다. 정부는 1월 7일 테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인도네시아 석탄 수출 금지 조치의 국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발 예정 물량의 반 이상은 이미 출항하여 입고될 예정이고, 국내 석탄 재고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가 길어지지 않는다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2일 인니 정부가 석탄 수출 금지를 점진적으로 해제하기로 발표하면서 국내 석탄 공급에 대한 우려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사실 인도네시아발 석탄 공급 우려는 중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우리나라의 석탄 소비는 2018년을 정점으로 지속해서 감소해 오고 있다. 특히 전체 석탄 소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발전용이 이러한 감소를 이끌고 있다. 석탄 발전은 원자력과 함께 상시적으로 가동되는 기저 발전이기 때문에 전기 소비보다는 발전설비용량(발전소의 개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2016~2017년에는 신규 석탄 발전소가 대폭 증가하며 2018년 발전용 석탄 소비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이러한 석탄발전설비용량과 발전용 석탄 소비의 비례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2018~2020년 기간 석탄발전 설비 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발전용 석탄 소비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등에 따른 석탄 발전 제한 등으로 연평균 9% 이상 빠르게 감소했다. 2021년에는 신규 유연탄 발전소가 진입하며 발전설비용량이 증가함에도 불구, 발전용 석탄 소비는 발전공기업들의 자발적 석탄발전 상한제 등으로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석탄 발전 설비 용량은 2024년까지 증가한 후 2025년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설비 용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발전용 석탄 소비는 동기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3].
특히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경우 소비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인니산이 주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저열량탄이어서 이를 사용하는 발전소들이 계절관리제 가동정지 및 상한제약 발전 대상에 우선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석탄 수입에서 인도네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특성을 고려 시, 정부는 오히려 이번 인니발 공급 우려 해소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산 석탄 수입 비중을 줄여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 발전용량은 연말 기준
출처: KEEI 중기에너지수요전망(2020~2025), p60, 그림2.6
전 세계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원자력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올해 뜨거울 전망이다. 그리고 그 논의는 EU 집행위원회가 회원국에 보낸 "지속가능 분류체계(EU Taxonomy)"의 초안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시키면서 이미 본격화되었다. EU 지속가능 분류체계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정의 및 판별하는 수단으로, 법제화를 거쳐 어떤 사업이 이른바 '녹색'인지 투자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서 기능할 전망이다. 향후 에너지 시장의 투자 흐름을 좌우할 분류체계에 원자력과 가스가 포함되어야 하느냐는 EU 내에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인데, 논쟁의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현재로선 원자력과 가스를 고려하지 않고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해진 분류체계의 초안에 따르면 원전은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 계획과 부지, 자본 확보 등을 조건으로 녹색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 가스 발전의 경우도 270gCO2e/kWh 미만의 배출기준[4]을 충족시키는 등의 경우에만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녹색 사업으로 분류된다. 초안을 둘러싸고 친원전인 프랑스와 반원전인 독일, 천연가스에 긍정적인 동유럽과 상대적으로 회의적인 서유럽, 관련 업계와 시민사회 등 회원국과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부가 최근(2021.12)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에 가스는 포함되고 원자력은 제외되어 있으나, 원자력에 대하여는 국내외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여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논란이 진행되는 중에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신한울 1호기가 3월에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19년 8월의 신고리4호기 이후 2년 7개월만의 첫 신규원전이다. 기저 발전으로서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원자력은 그 이용률에 따라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좌우한다. 경주 지진(2016.9) 발생 이전 80% 중후반을 유지했던 원전 설비이용률은 이후 원전의 안전 규제가 지속 강화되며 2018년에는 70%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2020~2021년에는 70% 중후반으로 회복했으나, 안전 점검 강화 지속으로 이용률은 과거 대비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올해 설비이용률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2022년 원자력 발전량은 신규원전 진입효과로 5% 이상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KEEI 에너지수요전망).
주: * 설비 이용률은 발전 설비를 100% 가동했을 때의 발전량에서 실제 발전한 발전량의 비중
자료: KEEI 에너지수요전망(2021 하반기 호)의 전망치를 기초로 작성
탄소중립의 마지막 종착지는 신재생 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이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수력 포함) 발전은 정부의 보급 확대 정책으로 2010~2020년 기간 연평균 15% 가까이 빠르게 증가해 왔지만, 여전히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5]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효과가 아직 크지 않다. 석탄 발전은 국내외적으로 점진적 퇴출에 대한 이견이 크게 없다. 가스라는 보다 나은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스 발전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나, 최근과 같이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는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은 없지만 사고위험과 방사능폐기물 처리문제가 있어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비화석연료로서 원자력은 최근과 같은 에너지 가격 위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과 국민 경제 부담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원자력 발전소는 신한울1호기의 진입으로 총 25기 24.7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순 계산으로 원전설비이용률이 1.0%p 상승하면 원자력 발전은 연간 2.2TWh가 증가하고 이는 2020년 기준 연간 가스 발전량의 1.5%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신규 유연탄 발전소의 진입에도 불구, 신규 원전의 진입으로 화석연료의 비중 축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전년대비 2.0%p 하락하고, 국가 전체 총에너지에서의 화석에너지 비중도 1.0%p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6] 만약 안전관리 강화로 작년에 있었던 안전 우려에 따른 다수 원전들의 가동 중단 상황이 올해 반복되지 않는다면, 원전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미 가동 중이거나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을 설계수명 도달까지 안전하게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관계부처합동.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2020.12.7.
관계부처합동.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 2021.12.10.
에너지경제연구원. KEEI 중기 에너지수요전망(2020~2025). 2021.
에너지경제연구원. KEEI 에너지수요전망(2021년 하반기). 2021.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20-24호. 2020.12.7.
한국전력 보도자료. 국민부담 고려. 원가 증가분을 연간 분산하여 요금 조정. 2021.12.27.
환경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2021.12.
Financial Times. Business trends, risks and people to watch in 2022. https://time.com/6132165/top-global-risks-2022/
Times. The Top 10 Global Risks of 2022. https://time.com/6132165/top-global-risks-2022/
US News. The Top 10 Global Risks for 2022. https://www.usnews.com/news/best-countries/slideshows/the-top-10-global-risks-for-2022/p>
Eurasia Group. Top Risks 2022. https://www.eurasiagroup.net/issues/top-risks-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