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클러스터 등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가 현실화되면서 기존 전력수급계획의 틀을 넘어선 ‘전기국가 전략’이 논의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위원장 장길수)는 지난 8월20일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4차 대국민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장과 산업·수송·건물 등 경제·사회 전반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공급능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련된 이번 4차 토론회에서는 ‘전기의 시대’를 맞아 전기국가로의 전환이 가져올 변화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정책방향을 논의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인류는 현재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변화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으며 어느 하나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며 “산업혁명 초기 석탄과 석유에너지는 인류를 풍요롭게 했지만 당시에는 이것이 기후에 영향을 미쳐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으나 이제 2050년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약속이며 대한민국 역시 이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챗GPT를 비롯한 AI혁명으로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라며 “석탄·가스발전과 내연기관차, 가스난방 의존도를 줄이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적절히 활용해 에너지원을 탈탄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또한 “AI 데이터센터 등 관련 산업을 준비하는 데는 2~3년이면 가능하지만 전력인프라를 준비하는 데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며 “전력을 단순한 산업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국가전략과제로 삼아 안보자산화하고 AI혁명과 기후위기시대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부터 반도체까지 산업기반과 칩, 전력역량을 함께 갖춘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라며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전을 적절히 활용한 청정에너지로 AI 데이터센터와 AI로봇을 가동하고 그 혜택을 국민이 고르게 누리는 사회를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기국가 전환… Push&Pull 전략 병행해야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는 ‘전기국가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기국가는 △무탄소 전력생산 △전력망 △에너지AI △저장기술 등 고도화된 전력시스템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수송·건물 등 사회 전반을 전기화해 산업·안보·기술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다.
AI를 구동하기 위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AI를 활용해 전력의 생산·소비효율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중요해지면서 전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과 AI 확산은 글로벌 에너지패러다임과 국가간 패권경쟁도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석유생산을 기반으로 한 생산자형 석유국가에서 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소비자형 전기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태양광·풍력·배터리·전력망 등 전기산업 전 밸류체인을 국가 주도로 장악하며 생산자형 전기국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화석연료 확보 중심의 에너지안보 개념도 △청정전력 △송·배전인프라 △전기화기술 △AI 데이터센터 전력경쟁력 △기술주권 등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대해야 한다. 전기국가 전략도 단순한 전력수급계획을 넘어 산업·통상·안보·국토계획을 수직적으로 결합하는 국가 최상위전략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이종수 서울대 교수는 “미국이 소비자형 전기국가, 중국이 생산자형 전기국가에 각각 강점을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은 두 역할을 동시에 달성할 잠재력을 갖췄다”라며 “반도체·AI·HBM 등 첨단제조업의 GX·DX전환과 높은 전력소비밀도가 청정전기 수요를 견인하는 동시에 원자력·재생에너지와 송전인프라를 활용해 무탄소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국가 전환은 새로운 산업을 처음부터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보유한 반도체·배터리·전력·IT 등 산업자산을 새로운 에너지패러다임 위에 재배치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수요측의 산업전기화와 구조개편을 통한 견인(Pull)과 공급측의 무탄소전력 공급역량 확충 및 전력시스템 혁신을 통한 추동(Push)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수요 측에서는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산업의 저탄소 공정전환과 고온 열수요 전기화가 필요하다. AI 데이터센터·반도체·차세대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의 성장도 대규모·고품질·무중단 전력수요를 창출하며 전력산업 고도화를 견인한다. 전기차 확산과 건물에너지시스템 전환, 열에너지 전기화도 전력수요의 질과 규모를 변화시킨다.
공급 측에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무탄소전력을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특히 전력망·저장·지능화기술을 통합하고 그리드테크·에너지AI·장주기 저장·전기화공정 등 핵심기술 실증과 보급을 확대해 기술주권도 확보해 전력산업이 산업전환의 조건을 만드는 능동적 추동력으로 작동해야 한다.
에너지신산업도 탄소중립 문제해결 중심의 1기와 ESS·EMS·P2P전력거래 등 데이터·AI서비스 중심의 2기를 넘어 철강·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산업과 결합하는 3기로 발전해야 한다.
이 교수는 “전기국가 구현을 위한 핵심 선행과제는 전력시스템 재설계”라며 “미래 전력시스템을 무탄소발전 중심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계통인프라와 안정화 자원을 확충하고 지산지소 관점의 분산화와 전력시장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AI산업은 반도체·알고리즘기술에 전력과 컴퓨팅인프라가 수직결합된 장치산업으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등 첨단산업의 입지결정요인도 전력확보 가능여부로 이동하고 있다.
전력망 구축도 수요발생 이후 투자하는 구조에서 선제적 투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무탄소전력믹스와 함께 30년 단위 초장기 전력망 기본계획과 HVDC 해상고속도로를 추진하고 ESS·양수발전·VPP·V2G·AI 데이터센터 유연운전 등 다층적 유연성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분산형 전력체계에서는 지산지소원칙을 제도화하고 지역별 전력수급을 반영한 가격체계와 분산에너지특구 등을 활용해 전력 중심의 지역산업배치를 유도해야 한다.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수익공유모델도 확대해 전력인프라 구축을 지역경제활성화와 연결해야 한다.
이 교수는 “산업·수송·건물 등 소비부문 전기화도 전기국가전략의 한 축”이라며 “산업부문에서는 철강전기로, 석유화학 전기가열공정, 산업용 히트펌프 등 업종별 특성에 따른 공정전기화를 추진해야 하며 고온공정과 해운·항공 등 직접적인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는 수소·암모니아 등 청정대체연료와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물부문 열에너지 전기화도 중요하다. 도시가스 중심의 난방구조를 히트펌프 중심으로 전환하고 도시가스 미보급지역을 중심으로 공기열·수열 히트펌프보급을 우선 확대해야 한다. 지역난방의 청정열원전환과 국가차원의 건물에너지전환 관리체계 및 관련 법·제도정비도 병행해야 한다.
전력산업의 디지털전환(DX)과 AI전환(AX)도 필수적이다. 기관별로 분산된 전력데이터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숙련인력의 계통운영·기획 암묵지를 디지털자산화해 수요관리·발전량 예측 자동화와 AI에이전트기반 자율운영체계로 고도화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분산자원 확대로 복잡해지는 전력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감독원 신설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력망을 단순한 인프라가 아닌 국가 전략자산으로 재정의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는 가운데 전력망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관리할 경우 투자기준은 경제성과 비용편익(B/C) 중심에서 국가경쟁력 중심으로 전환되며 수요 발생 이후 투자하는 방식에서도 선투자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전기국가 전략의 본질은 전력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산업전기화라는 견인과 전력시스템 고도화라는 추동의 선순환을 완성하는 것”이라며 “수익공유와 주민참여, 지방정부 권한확대를 제도화해 전력인프라가 지역의 부담이 아닌 성장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드테크·에너지AI·장주기 저장기술의 실증과 보급, 수출산업화를 연결하는 전주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3대 메가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재정의하고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설계하는 전기국가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정책, 무탄소전원·전력망·시장 통합설계돼야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메가프로젝트를 감안한 미래 전력수요와 에너지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6월29일 국민보고회를 통해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AI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가 발생하면서 향후 전력수급계획에도 기존과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AI 데이터센터는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추가 10GW를 포함해 총 18.4GW의 수요가 발생하며 반도체클러스터는 2041년까지 약 20GW의 전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이용률 75%, 반도체클러스터 80%를 가정하면 전체 신규수요는 38.4GW, 연간 약 260TWh로 2025년 국내 총발전량 596TWh의 약 40~50%에 달한다.
메가프로젝트 전력수요는 단일부지에 GW급 부하가 집중되고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팹의 높은 이용률로 24시간 평탄한 기저수요가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에는 산업입지를 결정한 뒤 전력망을 확충했다면 앞으로는 전력공급여력이 산업입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메가프로젝트는 민간기업 투자가 중심인 만큼 경영환경에 따라 착공과 증설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일괄 확정하기보다 확정수요와 조건부수요를 구분하고 기업의 투자결정에 따라 단계별로 전력설비 확충계획을 점검·조정해야 한다.
전력공급 측면에서도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를 태양광 80GW와 풍력 20GW로 구성할 경우 이용률을 고려한 연간 발전량은 약 150TWh다. 메가프로젝트 신규수요 260TWh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려면 약 173GW가 필요해 2030년 목표달성 이후에도 약 73GW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현재 발전비중의 약 60%를 차지하는 화력발전의 무탄소전원 대체도 병행해야 한다.
전력의 총량뿐만 아니라 공급과 수요의 시간·공간적 불일치도 해결대상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팹은 24시간 평탄한 수요가 발생하지만 태양광은 낮시간, 풍력은 간헐적으로 발전한다. 재생에너지 공급은 호남·제주 등에 집중되는 반면 대규모 신규수요는 용인 등 수도권에서도 발생해 ESS와 유연성설비, 송전망 확충을 통해 시공간 불일치를 최소화해야 한다.
향후 무탄소전원은 단순한 발전단가뿐만 아니라 △적기성 △입지실현 가능성 △관성·유연성 등 계통기여도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태양광·풍력과 원전 계속운전, 신규 대형원전, SMR, ESS, 양수발전 등 각 전원의 특성과 리드타임이 다른 만큼 장기적으로 활용할 선택지를 확보하기 위한 조기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특히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조기이행과 원전 계속운전·신규원전, ESS·양수설비 확충 등을 추진하고 2030~2035년에는 해상풍력 상업운전과 HVDC 기간망, 계통안정화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2035년 이후에는 4세대 원자로와 청정수소·암모니아, CCS 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R&D와 실증·상용화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
송·변전설비 적기구축도 핵심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송·변전설비 54건 중 30건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민수용성, 보상, 인허가·환경영향평가 장기화 등이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보급계획과 송전망 투자계획을 연계한 계획입지제도를 운영하고 발전사업과 송전망 건설의 입지·일정을 동기화해야 한다.
박우영 본부장은 “전력시장에서는 운영신호와 투자신호를 구분하되 상호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실시간·보조서비스시장과 시간·지역별 가격신호를 통해 기존설비와 유연성자원의 효율적인 운영을 유도하고 무탄소 용량시장과 장기계약 등을 통해 신규설비 투자를 촉진하며 도매가격신호가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소매요금규제의 점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 측면에서는 필요한 설비가 적기에 건설될 수 있도록 용량보상과 투자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무탄소 용량시장과 LNG용량시장 등을 활용하는 동시에 대규모 수용가의 장기계약을 신규 전력설비의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수익안정성을 높이는 제도와 전력시장의 가격신호 사이의 정합성도 확보해야 한다. 장기고정계약과 재생에너지 입찰제, 지역별 가격제 등이 서로 상충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열에너지 전기화는 비용효율성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열은 최종에너지소비의 약 절반을 차지하며 온도대에 따라 전기화효율이 크게 달라져 모든 열수요를 일률적으로 전기화하면 오히려 에너지시스템 전체의 비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산업부문에서는 약 200℃ 이하 중저온 공정열을 중심으로 히트펌프와 전극보일러 등을 활용한 전기화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 산업용 히트펌프가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온도영역에 전기화를 집중하고 이를 넘어서는 고온공정은 수소 등 다른 에너지원을 포함한 효율적인 열공급방안을 병행해야 한다.
건물부문에서는 히트펌프와 열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재생열과 미활용열을 활용하는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지역난방과 연계하면 전력소비 증가와 함께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다시 활용할 수 있다.
박 본부장은 “전기국가는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전력을 중심으로 열과 수소 등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에너지수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메가프로젝트 수요를 확정분과 조건부로 이원화해 반영하고 착공·증설 결정에 연동한 수급점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보급과 미래 무탄소전원 기술개발, 발전·송전망계획의 동기화, 운영·투자신호의 정합적 시장설계와 함께 용도별 전기화로드맵과 폐열·수소의 역할을 전기본과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망 유연화·시장개편·공급망 강화… 전기국가 전환 논의

발제에 이어 장길수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에는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 △박우영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12차 전기본 총괄위원장)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원동준 인하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하윤희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등이 패널토론으로 참여했다.
장길수 교수는 “이번 토론회는 전력산업 기술고도화뿐만 아니라 시장개편, 분산형 지산지소체계, 거버넌스 혁신 등을 아우르는 국가 최상위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깊이 있는 대안과 국민제안을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윤희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향후 전력계획에는 전반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변동성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만큼 단순한 설비용량 계산을 넘어 시간·지역·계통안정성·예비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시뮬레이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산에너지와 재생에너지 확산에 맞춰 기존 중앙급전 중심의 전력시장과 계통운영 코드도 재설계해야 한다”라며 “전력뿐만 아니라 AI·데이터분야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전문적인 규제체계를 마련하고 독립적인 전력감독기구도 조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경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는 전력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적정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라며 “전력수요 증가와 탈탄소화, 지정학적 갈등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양적확대를 넘어 신뢰성과 회복탄력성을 갖춘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석유·가스뿐만 아니라 청정에너지 공급망과 AI·전기화를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핵심광물의 채굴·정제능력이 특정 국가와 지역에 집중된 만큼 특정국 의존도와 공급망 안정성, 수요·공급 및 전기요금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동준 인하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전력망 문제는 전 세계적인 과제이며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해법을 제시한다면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라며 “전력시스템의 유연화·가상화·고해상도화·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도 단순한 소비처가 아닌 유연성자원으로 활용하고 양수발전·ESS·P2G 등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라며 “VPP와 가상송전선로, V2G 등 가상화된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지역과 시민이 전력의 투자·운영·공급·사용 과정에 참여하는 분산형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전기국가로 빠르게 전환해야 하지만 전력수요 증가에 맞춰 발전설비만 계속 늘리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국가적으로 필요한 수요를 전략적으로 선별하고 이에 맞춰 전력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주요국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확충 등 구조적 대응을 추진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재생에너지·배터리·인버터 등 전력기술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고 국내시장을 확대해 에너지안보와 산업경쟁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전기는 에너지원이면서 데이터를 전달하는 매체로 전기국가는 단순히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인공지능이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국가”라며 “이를 위해 에너지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데이터 카탈로그’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축 공동주택부터 히트펌프와 ESS, 전기차 저속충전,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결합해 하나의 에너지모듈이자 전력망 파트너로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며 “공동주택이 단순한 전력소비처가 아니라 수요관리와 저장, 유연성을 제공하는 핵심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또한 “한국은 전력·제조분야에서 강력한 산업기반과 공급망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통합하고 최적화하는 운영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라며 “운영소프트웨어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다면 신도시를 수출해왔던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전기국가’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새로운 산업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에너지전환과 AI확산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창”이라며 “전력망·인버터·공동주택 에너지관리·운영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폐회사를 통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주요 쟁점을 먼저 제시하고 쟁점별 토론을 이어가며 논의를 축적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라며 “이번 토론회가 전기국가 전략에 대한 담론적 논의라면 향후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규모 등 주요 쟁점을 순차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전기본에서는 피크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원믹스를 중심으로 다뤘다면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전력망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전혀 다른 차원의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라며 “현재 설비용량은 약 153GW이지만 이 가운데 약 40GW가 재생에너지로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원이 아닌 만큼 단순 설비용량과 실제 피크수요 대응능력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한 “전력수급과 전원구성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라며 “앞으로 여러 차례 이어질 토론을 통해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최종안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12차 전기본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