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데이터센터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번 특별법은 AI산업 경쟁력의 핵심 기반인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인프라로 규정하고 전력·입지·인허가·세제지원 등을 종합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폭증하는 GPU기반 연산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육성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특별법이 그동안 국내 데이터센터산업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전력수급 불확실성과 인허가 지연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급증하는 전력사용량과 지역주민 수용성, 환경부담, 수도권 집중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향후 과제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AI시대 핵심 인프라… DC 국가전략시설 격상
최근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은 생성형 AI와 초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클라우드 중심 데이터센터에서 AI전용 고밀도 데이터센터로 시장 패러다임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AI DC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을 요구한다. 일반 서버대비 GPU서버 전력밀도가 수배 이상 높아지면서 수십~수백MW급 초대형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GW급 AI캠퍼스’ 경쟁까지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의 경우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 △전력계통 연계 지연 △복잡한 인허가 △입지규제 △지역민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경쟁 대비 속도가 뒤처진다는 점이었다.
이번 특별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시설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의 관계자는 “반도체산업 지원체계와 유사하게 AI인프라 역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력·인허가 병목 해소 기대
관련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전력공급과 인허가 간소화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전력계통 부족과 송배전망 한계로 인해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 역시 계통연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별법 통과로 국가 차원의 전력망 연계 우선순위와 행정지원 체계가 마련될 경우 사업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전력계통심사와 각종 인허가 절차를 통합·신속 처리하는 체계 구축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세제지원과 금융지원 확대도 기대된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조원 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 자본집약 산업이다. 업계에서는 세액공제 확대와 정책금융 지원 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외 투자유치 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퀴드쿨링·전력설비·재생에너지 시장 확대 기대
특별법 통과는 데이터센터 연관산업 성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산은 고발열 GPU서버 증가로 이어지면서 리퀴드쿨링시장을 급성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존 공랭식 중심 구조로는 초고밀도 서버 냉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DU, 냉각분배유닛, 액침냉각, DLC(Direct Liquid Cooling), 드라이쿨러, 고효율 칠러, 냉각탑, 열교환기, 배관시스템 등의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전력인프라 측면에서도 UPS, 배터리, 수배전반, ESS, 고효율 전력변환장치 시장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시장 확대 가능성도 주목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만큼 RE100, 무탄소전원(CFE), 지역열 활용, 폐열회수 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이 곧 에너지조달 경쟁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집중·전력부담·환경문제’ 해결 과제
다만 특별법 통과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과제는 전력수급 문제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중소도시 전체 전력사용량에 맞먹는 수준의 전력을 소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초대형 AI클러스터가 늘어날 경우 국가 전력망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수도권 집중 문제 역시 핵심 이슈다. 데이터센터는 통신지연과 네트워크 접근성 문제로 수도권 선호가 강하다.
그러나 수도권 전력망 포화와 주민수용성 문제로 신규 입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 분산형 데이터센터 정책과 송전망 확충, 지역상생 모델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환경규제와 주민수용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사용 외에도 냉각수 사용, 소음, 열배출 등의 문제를 동반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다소비시설이라는 이유로 반대여론도 존재한다.
결국 업계에서는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연계 △고효율 냉각기술 확대 △분산형 데이터센터 정책 △주민수용성 확보 전략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AI경쟁력 핵심은 인프라”… 글로벌 경쟁 본격화
전문가들은 향후 국가 AI경쟁력이 단순한 AI모델 개발능력을 넘어 데이터센터 인프라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미국과 중국, 중동 국가들은 이미 초대형 AI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돌입했다. 전력과 부지, 세제혜택을 패키지로 제공하며 글로벌 AI기업 확보전에 나서는 상황이다.
국내 역시 이번 특별법을 계기로 AI인프라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단순한 데이터센터 숫자 확대를 넘어 에너지효율과 친환경성,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까지 포함한 장기적 산업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시대에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인프라가 사실상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연결된다”라며 “특별법 통과는 시작에 불과하며 실제 경쟁력은 전력·냉각·재생에너지까지 통합한 인프라 구축 역량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