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진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살펴보기
최근 뉴스에서 ‘에너지 고속도로’나 ‘분산에너지 특별법’과 같은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그 중심에 바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있습니다. 다 똑같은 전기인데 지역마다 요금이 달라진다는 말에 의아해하실 수도 있는데요. 정부가 발표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에 대해 지금부터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말 그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해 지역마다 전기요금을 다르게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발전소와 가까운 지역은 저렴하게, 발전소와 멀리 있어 전기를 끌어오는 데 돈이 많이 드는 지역은 전기요금을 조금 더 내는 제도입니다.
도입하는 이유는?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정부는 전기를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이 다르다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우리나라 대형 발전소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단지는 주로 해안가나 지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인구와 공장이 밀집한 수도권입니다.
지방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려면 거대한 송전탑과 선로가 필요한데요. 그러나 이 시설들을 설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큽니다. 이러한 비용을 고려해 전기요금에 반영한다는 계획이죠.
언제부터 시행될까?
정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26년 이후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 날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차등요금제가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발전소는 적으면서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수도권의 전기요금은 오르고 부산, 울산, 충남 등 발전소가 집중된 지역의 요금은 내려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다른 나라에도 차등요금제가 있을까?
미국과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10여 개의 선진국은 이미 강력한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웨덴은 2011년부터 나라를 총 4개 구역으로 나누어 전기요금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수력 발전소가 몰려 있는 북부는 전기요금이 아주 싸고, 인구와 공장이 많은 남부는 전기요금이 비쌉니다.
2024년 기준 북부와 남부의 전력 도매가격은 2배가량 차이가 났는데요. 이러한 가격 차이는 기업을 움직였습니다. 페이스북, 노스볼트, 하이브리트 등 전력 소비가 많은 유명 기업이 저렴한 전기를 찾아 스웨덴 북부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죠. 페이스북은 데이터센터를, 노스볼트는 핵심 배터리 셀 생산 공장을 북부 지역으로 이전했습니다.
이처럼 스웨덴에서는 차등요금제를 통해 기업 투자 변화, 인구 변화, 지역 간 전력수급 불균형 해소라는 선순환을 이뤘다고 평가됩니다.
미국은 지역별 한계가격(LMP, Locational Marginal Price) 제도를 운용하며 지역별로 차등화된 전력 도매가격을 산정하고 있습니다. LMP는 발전한계비용, 송전혼잡비용, 송전손실비용으로 구성됩니다. 지역별 전기요금의 차이는 송전혼잡비용과 송전손실비용에서 발생합니다.
송전혼잡비용이란 특정 구간의 송전 용량이 꽉 찼을 때 근처의 다른 발전기를 돌려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송전손실비용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송전망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열로 변해 사라지는 전력량의 가치를 비용으로 환산한 것입니다.
미국은 이처럼 전기를 만드는 비용뿐만 아니라 배달하는 비용도 가격에 반영했는데요. 그래서 전기 수요가 많은 곳이나 장거리 송전이 필요한 곳은 전기세를 더 내게 됩니다. 전력 경제학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