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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물의 온도차로 냉난방하는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admin 2026-01-20 17:05:10 조회수 22

물의 온도차로 냉난방하는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여러분! 서울 지하에 전기 대신 물이 흐르는 에너지 고속도로가 생깁니다.

정부는 2025년 12월 20일 롯데월드타워~현대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코엑스 무역센터를 잇는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날 코엑스 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인 7,000RT 수열에너지설비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코엑스 무역센터. 사진=WTC SEOUL 제공


"수열에너지로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고요?"


수열에너지는 여름철 수온이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에 대기보다 높은 특성을 활용합니다. 여름에는 대기보다 차가운 물을 히트싱크(Heat Sink)로 활용해 실내를 차갑게 할 수 있습니다. 분수가 시원한 이유죠. 겨울에는 대기보다 따뜻한 물을 열원(Heat Source)으로 삼아 적은 전력으로도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물의 비열(열을 축적하는 능력)이 공기보다 4배나 높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물의 비열은 약 4.186 kJ/kg·K이고 공기는 1.006 kJ/kg·K입니다. 동일한 질량의 물이 공기보다 훨씬 더 많은 열량을 저장하고 운반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물의 밀도가 공기보다 훨씬 높아 부피당 열용량이 공기보다 3,400배 이상 큽니다. 그래서 수열 시스템은 좁은 관로를 통해서도 대규모로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 수열에너지 고속도로인 것이지요.

소양강댐 수열에너지 발생 현황. 그림=강원도 제공


물이 공기보다 우수해 수열 히트펌프는 공기 히트펌프보다 압축비를 낮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열 시스템은 공기 히트펌프와 달리 전력을 적게 투입해도 높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공기열 방식이 가볍지만 열을 금방 잃어버리는 '종이컵'으로 열을 옮기는 것이라면, 수열에너지는 묵직하게 열을 꽉 잡아두는 거대한 '보온병'을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적은 횟수의 펌질(전력 투입)만으로도 훨씬 많은 열을 안정적으로 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열에너지, 이미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차분히 수열에너지를 보급하여 왔습니다.

2016년에 SK텔레콤은 두레농업타운을 조성하며 수열 히트펌프를 설치하였습니다. 컨테이너 안에서 고소득 작물인 버섯을 재배하였는데 파종에서 출하까지 걸리는 시기를 기존 방식보다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롯데월드타워. 사진=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에는 3,000RT 규모의 수열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기존 흡수식 냉난방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35.8% 감축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연간 약 7억 원의 냉난방비와 1억 9,000만 원의 유지 관리비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롯데월드타워 수열에너지 설비 살펴보는 기후부 관계자. 사진=기후부 제공


"수열에너지설비를 왜 코엑스 무역센터에 설치하나요?"


RT는 '냉동톤(Refrigeration Ton)'의 약자로, 에어컨이나 히트펌프 같은 냉동·냉난방 설비가 낼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0°C의 물 1톤을 24시간 동안 0°C의 얼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1RT라고 합니다. 즉, 24시간 동안 물 1톤을 얼릴 수 있을 만큼의 냉각 능력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1RT는 약 3.5kW(정확히는 3.5168kW)의 전력량과 맞먹는 에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시간당 열량으로 환산하면 1RT당 3,024kcal/h의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여기서 이번에 정부가 코엑스 무역센터에 짓겠다는 수열에너지 7,000RT의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7,000RT는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2만 4,500kW(24.5MW)입니다. 이는 에어컨 7,000대를 동시에 가동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이며, 1만 4,763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과 같은 수준입니다.
또, 7,000RT는 시간당 2,116만 8,000kcal/h의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코엑스 무역센터에 설치하려는 이유입니다.
기후부는 한발 더 나아가 코엑스 무역센터~현대GBC~롯데월드타워를 잇는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건설도 약속하였습니다.
수열에너지 고속도로가 구축되면 건물 옥상의 거대 냉각탑이 필요 없어집니다. 이를 통해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1.89℃ 기온 하강 효과)하고, 냉각탑의 소음·진동과 겨울철 백연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 백연현상 : 고온·다습한 공기가 외부의 찬 공기와 만나 과포화된 수증기가 연기처럼 보이는 자연 현상


또, 냉각탑은 치사율이 높은 레지오넬라균의 증식처가 되기 쉬우나, 수열 시스템은 이를 제거하여 도심 보건 안전성을 높입니다. 옥상 냉각탑이 사라진 자리를 정원·카페·휴식 공간 등 생산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건물의 가치를 높입니다.

아울러, 기존에 매설된 상수도관(도수관로)을 열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규모 송전 시설을 건설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열에너지 고속도로망을 통해 공급되는 차가운 원수로 막대한 열이 발생하는 AI 데이터센터를 냉각할 수 있어 전력사용효율(PUE)을 개선합니다.

수열에너지는 숨어 있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여 사용하지 못했던 에너지입니다. 건물마다 수열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수열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도심의 열섬을 식히고, 막대한 전력을 아끼며,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시대를 열 수 있어 기대됩니다.


[참고 문헌]

"[르포] SKT 스마트팜 '두레농업타운' 가다"

에너지경제 2016년 11월 21일字


"수자원공사, 수열협의체 구성 제안…수열산업 활성화 도모"

데일리한국 2025년 11월 24일字


"롯데월드타워·현대GBC·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