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건축물(ZEB)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며 또 한번 큰 변화를 맞이했다. 올해부터 통합 ZEB인증이 시행돼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도(이하 건물효율등급)가 폐지되는 한편 공공건축물 ZEB인증 의무등급‧대상이 확대됐다. 특히 민간영역에도 ZEB의무화가 개시돼 건물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를 지나게 됐다.
이번 ZEB인증통합 및 의무화 확대에 따라 새롭게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지적된다. 인증을 통해 건물운용 측면에서 실질적 에너지절감 효과를 담보할 수 있을지, 민간영역으로 ZEB의무화를 확산하면서 고등급 ZEB수준 달성을 위한 국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지 등이 제도성패 관건으로 제기된다.
이번 기획에서는 올해 본격 발효된 ZEB인증 통합시행을 계기로 ZEB제도‧정책변화 주요내용과 운영상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점검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ZEB인증 통합, 제도간소화‧플러스등급 신설
국토교통부는 기존 건물효율등급인증과 ZEB인증을 ZEB인증으로 통합해 제도를 간소화했다. 앞서 현행법은 건물효율등급을 획득한 후 ZEB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해 사실상 2단계에 걸쳐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통합 ZEB인증은 건축주가 기존 건물효율등급 등과의 중복인증으로 인한 행정낭비를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ZEB인증제도를 통합함으로써 인증처리기간을 단축시킬뿐만 아니라 인증신청 서류 제출을 간소화할 수 있다. 특히 ZEB인증 취득 시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사전 취득요건이 사라짐에 따라 유사 서류 제출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증제 통합방향은 ZEB인증 에너지자립률과 건물효율등급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소요량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건물효율등급 중 실효성과 수요가 없는 하위등급을 삭제했으며 ZEB인증 1~5등급에 해당하는 1차에너지소요량을 재산정했다.
또한 인증신청자는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소요량과 에너지자립률 중 유리한 조건으로 선택해 인증을 획득할 수 있으며 부지 외 신재생에너지생산량의 일정비율을 자립률에 반영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도입여건이 불리한 현장에 건축하는 건물의 부담을 줄였다.
ZEB인증 5등급은 △에너지자립률 20% 이상 △연간 1차에네지소요량 주거 90kWh/㎡ 미만‧비주거 130kWh/㎡ 미만, 4등급은 △40% 이상 △주거 70kWh/㎡ 미만‧비주거 90kWh/㎡ 미만, 3등급은 △60% 이상 △주거‧비주거 50kWh/㎡ 미만, 2등급은 △80% 이상 △주거 30kWh/㎡ 미만‧비주거 10kWh/㎡ 미만, 1등급은 △100% 이상 △주거 10kWh/㎡ 미만‧비주거 –30kWh/㎡ 미만, 플러스등급은 △120% 이상 △주거 –10kWh/㎡ 미만‧비주거 –70kWh/㎡ 미만 등으로 에너지자립률과 연간 1차에너지소요량 기준 중 하나를 통과하면 된다.
이와 함께 고등급 ZEB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에너지소비량보다 더 많이 생산하는 플러스에너지건축물(PEB) 개념을 반영해 에너지자립률 120% 이상인 ZEB 플러스 등급을 신설했다.
통합인증제도 적용대상은 2025년 1월1일 이후 건축허가를 받는 건축물이며 제도 시행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건축물은 종전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인증제도 통합 후에도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또는 전자식 원격검침계량기 중 하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공공부문 등급상향‧민간의무화 시행
ZEB인증 4등급 이상 획득해야 하는 공공건축물을 선정한 의무등급 상향(안)은 지난해 3월 공청회를 통해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 그 결과 의무 이행 난이도 등을 고려해 대상 건물용도가 17개로 결정됐다. 국토부가 공공부문 ZEB인증건축물 중 비주거용 건축물의 용도를 분석한 결과 연면적 기준으로 17개 용도건축물이 82.6%를 차지했으며 예비인증 비율은 8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용도는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 등에서 신축‧재축 및 별동 증축하는 연면적 1,000㎡ 이상인 △교육연구시설 △업무시설 △교정시설 △운동시설 △노유자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수련시설 △관광휴게시설 △운수시설 △묘지관련시설 △의료시설 △방송통신시설 △판매시설 △숙박시설 △위락시설 △종교시설 △장례시설 등이다. 이외 공공건축물은 기존 의무등급인 5등급을 유지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녹색건축법 시행령‧시행규칙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인증 및 ZEB 인증에 관한 규칙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인증 및 ZEB인증기준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 등 5건의 개정안을 행정예고해 지난 1월1일부로 시행했다.
민간부문에도 ZEB의무화가 본격화됐다. 이번 인증제도 개편과 함께 국토부 ZEB의무화 로드맵에 따라 30세대 이상 공동주택 또는 연면적 1,000m² 이상 규모 신규 민간건축물은 ZEB 5등급 수준설계를 적용해야 한다.
당초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대한 ZEB 5등급 수준설계 의무화는 지난해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1년 유예돼 올해부터 시행됐다.
공동주택 냉방부하 평가 반영
통합 ZEB인증제도는 공동주택의 경우 그간 사각지대였던 냉방에너지부문도 평가하도록 개정됐다. 그간 냉방부문은 정책적으로 사용자 개별설치기기로 인식됐으며 냉방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반영해왔다. ZEB인증에서도 설계도면 상 냉방기기가 없는 경우에는 냉방에너지 평가를 제외해왔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각 세대에서 에어컨 등 냉방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곳이 드문 현실을 반영해 냉방에너지를 평가기준에 포함했다. 사실상 이제야 냉난방‧급탕‧조명‧환기 등 5대 에너지소비부문을 모두 평가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평가 시 냉방설비 기본값이 평가프로그램 상 자동으로 적용된다. 평가기준은 △압축식 냉동기 △실내공조시스템 △냉방용량 0.1801×전용면적 △COP 2.894 △실내기 멀티분리시스템 △온‧오프 제어방식 △냉방시간 3.8시간 등이 기본값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 건물효율등급 하위 10% 수준에 불과하며 평균효율대비 낮은 기준이 적용된 것에 그쳤다. 평균 이상 고효율기기만 도입해도 평가시 추가적인 냉방에너지 절감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커미셔닝 등 실효적 E성능 확보방안 시급
ZEB인증이 개정‧강화돼 시행됐지만 실효성 확보에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ZEB인증통합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건물이 실제로 운용될 때 ZEB인증 당시 평가받은 성능이 발휘되는지 확인할 방안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녹색건축업계‧학계에서는 고성능 건축자재, 고효율 기계설비, 신재생에너지설비 등을 설치하더라도 실제 시스템 측면의 절감량은 스펙 상 절감량의 총합에 미치지 못하는 ‘리바운드 효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설계상 반영된 자재‧설비가 온전한 성능을 발휘토록 시공‧운영되지 않는 문제 역시 운영단계에서 에너지절감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통상 건축물 성능을 높이려면 전통적,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자재‧설비가 아닌 고효율‧고성능의 하이테크 자재‧제품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때 신기술‧신제품에 적합토록 매뉴얼대로 시공‧설치되거나 전문가에 의해 확인받는 제도가 없는 실정이다.
즉 인증당시 에너지효율과 자립률을 평가받은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운용 시에 그만큼 절감량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탄소배출량 역시 기대를 밑도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에 의한 커미셔닝, TAB 등을 통해 운영단계에서도 실제 스펙대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인증 후 점검, 온실가스총량제 등을 통해 성능을 유지토록 검증하는 한편 자발적 탄소거래시장 등 시스템을 통해 성능을 유지하는 경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자발적 민간참여도 도모해야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다른 지적으로는 기존제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기존제도 운영과정을 감안하면 플러스등급은 ZEB 달성을 목표로 상징성만 있을 뿐 실제로는 취득사례가 없을 수 있어 유명무실한 등급을 추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기존 ZEB인증을 받은 건물 중 에너지자립률 60%를 초과하는 건물은 약 13%에 불과하지만 개정된 제도에서는 에너지자립률이 120% 이상인 경우 PEB 등급을 신설했다.
ZEB 3등급을 획득하려는 경우만 해도 기존 패시브, 액티브 등 요소기술 적용만으로는 한계라는 것이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ZEB 3등급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PV, BIPV 등 외에도 전기, 열에너지 등을 상호 자유롭게 변환, 활용할 수 있는 섹터커플링이나 수소연료전지, 미활용에너지 등 다양한 수단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또한 현재 Off-site(대지외 면적)를 이용한 방안들도 도출되고 있어 이러한 다양한 수단과 연계한 방안들이 유연하게 적용되는 한편 정책지원을 통해 이를 유도할 수 있도록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CO2 수용성 확대 방안 마련 필요
국토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개발, 운영하고 있는 건물에너지성능 평가프로그램 ECO2는 월별 평균 기상데이터를 바탕으로 건축물의 월별 에너지요구량을 산출하며 시스템성능에 따른 월별 에너지소요량을 예측할 수 있다. 에너지소요량은 냉난방, 급탕, 조명, 환기에너지 등으로 구분되며 이렇게 산출된 에너지로 건축물 1차에너지소요량을 예측해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을 부여해왔다.
그러나 ECO2는 열교, 기밀 등과 관련된 수치를 기입, 산출할 수 없는 한계가 있으며 히트펌프 등 최신기술을 반영하기 어렵게 구축돼 있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에 부여하는 가점체계를 살펴보면 태양광을 제외한 지열, 수열 등에는 상당히 미미한 수준의 가점을 적용하고 있어 다양한 에너지원 적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오랜기간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정부 및 유관기관 등은 ECO2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기밀성능 측정테스트 매뉴얼, 기준, 절차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프로파일 등 개발을 상반기 중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데이터센터(DC) 등 전력이 많이 사용되는 건물을 대상으로 에너지프로파일 등 정확히 성능을 측정하고 개발할 수 있는 툴을 마련하기 위해 자체 보완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ECO2가 가진 정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복잡성과 다양성 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간단하고 쉽게 프로그램을 구성해 자격요건이 부족한 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프로그램 자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프로그램 가치를 저하할 수 있다”라며 “기술개발 주체들이 도전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새로운 기술이 평가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